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양국 실무진이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전시작전권 이양의) 적절한 날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환수 시기는 한미 국방 수뇌부간 다뤄야 할 '실무적 현안'이지 정상 간에 논의될 성격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새판을 짜는데 있어 전시작전권의 환수 시기는 '핵심변수'인만큼 다음달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때까지 환수시기를 둘러싸고 양국 간에 힘든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한미 양국은 환수시기에 대해 각각 2012년과 2009년을 고집하면서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출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한국의 요청에 대해 미 측은 환수시기를 너무 길게 잡으면 한미연합 지휘체계에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버티고 있다는 것.
미국은 한국의 2012년 안을 수용할 경우 전시작전권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의 정치적 갈등 및 한국 내의 반미 논란 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한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전시작전권 단독행사에 필요한 대북 정보감시능력 등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을 충분히 제공할 테니 가급적 환수시기를 앞당기자는 요구라고 한다.
한국 군 관계자는 "8부 능선까지는 비교적 수월했는데 고지 정복이 매우 힘들다"며 환수시기에 대한 대미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2009년으로 결정되면 당장 내년부터 환수에 대비한 공동훈련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이 2012년을 수용하도록 최대한 설득하되 최악의 경우 1년 정도 앞당겨 2011년 안을 타협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말까지 완료하기로 한미가 합의했던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경기 평택 이전사업이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늦어져 2010년경에나 마무리될 것이라는 군 일각의 분석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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