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방송은 “한국과 미국이 갈라진 틈을 덮어 버렸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잘됐다(Good job)’고 속삭였지만 그것은 (회담 결과가 좋다는 뜻이 아니라) 이견을 겨우 카펫 밑으로 쓸어 넣었다는 안도감을 보여 준 것”이라고 전했다.
BBC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당근을 줄 것인지, 채찍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 이견이 있다”며 “이런 한국과 미국의 엇갈린 메시지가 김 위원장에게 이를 악용할 여지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두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한 이견을 숨겼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두 정상이 한목소리로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지만 앞으로 북한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에 대한 이견을 드러내는 것을 피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노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강경 접근법에 대한 기존의 비판적 입장을 되풀이하는 대신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비료와 쌀 제공을 중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또 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 방안이 북한의 회담 복귀를 어렵게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추가 제재를 논의하거나 6자회담 실패 가능성을 생각하기에는 적절한 시간이 아니다’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AP통신도 “북한이 6자회담장으로 나오도록 만드는 방법을 둘러싼 양국 간 입장차에 대해서 두 정상은 ‘짐짓 모른 체’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은 그동안 대북 전략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 왔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대북문제 해법에 대한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핵 비확산 전문가인 찰스 퍼거슨 씨의 말을 인용해 “한국은 진보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미국은 보수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어 양국 간에 긴장이 흐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무기력한 회담’과 ‘한미 사이의 거리’ 등의 표현을 써가며 “회담 분위기가 서먹서먹했다”고 평가했다. 이 통신은 “한미 정상이 동맹 관계의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