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의 경우 지난해 10월 북측의 요청에 따라 금강산 관광 대가로 북한에 돈을 보내는 은행 계좌를 마카오의 한 은행에서 오스트리아의 한 은행으로 옮겼다. 북한은 올해 들어 이 계좌를 유럽의 또 다른 은행 계좌로 바꿨다.
북한은 아태평화위원회 등 대남사업을 하는 기관별로 해외 은행에 계좌를 열어 남측 기업들로부터 위탁가공료나 임가공비 등을 받고 있다.
미국의 금융제재가 강화되자 이런 돈을 받는 계좌를 여기저기 옮기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또 기관별 계좌와는 별도로 특정 기업에 중국 등의 비밀계좌를 지정해 입금을 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의 한 대북 사업자는 “대북 금융제재의 강도가 세지면서 북측이 ‘사업권을 따려면 반드시 이 계좌로 돈을 넣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총괄하고 있는 스튜어트 레비 재무차관은 최근 “전 세계의 24개 금융기관들이 북한과 자발적으로 거래를 끊었다”며 “북한은 곧 완전한 고립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16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북한의 불법금융 활동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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