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2차 예비투표 결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4표를 얻어 선두주자다. 따라서 28일로 예정된 3차 투표가 총장 선거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외교 안보 문제가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되고 있으나 한국인 총장 진출에 대해서는 여야 진보 보수를 넘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반 후보의 최종 당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로서는 5개 상임이사국의 정치적 역학관계와 단일 공통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노력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새로운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3차 투표 결과를 지켜봐야 확실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2차 투표 결과를 다음과 같이 평가해 보았다.
첫째, 반 장관은 안보리 14개 이사국의 지지를 확보해 안보리 추천 공통 단일후보로서의 가능성을 한층 더 높였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점은 한 표의 반대표가 거부권을 갖는 상임이사국일 경우에는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1996년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총장은 최종 단계에서 미국의 반대로 재선이 좌절됐다. 다만 반 장관은 예비투표 단계이고 반대표가 어느 국가의 표인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둘째, 2차 투표 결과 남은 경쟁자는 반 장관과 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 태국 부총리, 인도의 샤시 타루르 유엔 공보담당 사무차장으로 압축됐다. 그러나 수라끼앗은 최근 군사 쿠데타로 사실상 후보로는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군부가 장악한 정부의 인사가 사무총장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태로 발생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새 후보로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 같은 거물급 인사를 등장시킬 것인가이다. 타루르는 1차 때 받은 10개국의 지지표를 2차에서도 그대로 유지했으나 3개국의 반대표 중 상임이사국을 포함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약점이다.
셋째, 나머지 두 명의 후보 중 언론의 각광을 받았던 자이드 알 후세인 주유엔 요르단대사는 예상과는 달리 6개국의 지지와 4개국의 반대표를 받아 출발점에서 난파한 감이 있다. 스리랑카의 자얀타 다나팔라 대통령고문은 지지표가 5표에서 3표로 줄었다.
16일 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 대통령이 공식 입후보를 선언했으나 중국, 러시아 등은 ‘아시아 총장’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8일 3차 투표에서는 관례에 따라 거부권을 갖는 상임이사국에는 붉은 투표용지, 비상임이사국에는 푸른 용지를 사용케 해 모든 이사국의 입장을 명백히 표시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거부권을 갖는 5개 상임이사국 간에는 안보리 단일 후보를 찾기 위한 본격적인 협의가 막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유엔을 방문하고 있는 반 후보가 선두주자로서 지금까지의 상승세를 대세로 굳히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다그 함마르셸드 2대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평화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해 스웨덴의 국제적 위상과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올렸는지를 알고 있다. 따라서 한국인 유엔사무총장 탄생을 위한 마지막 노력이 국민적 지지 속에서 결실을 거두기를 기대해 본다.
박수길 고려대 석좌교수 유엔한국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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