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씨는 이미 한 차례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경륜과 자질의 부족을 드러냈다. 특히 헌재소장 내정 과정에서 권력 추수적(追隨的) 태도와 헌법의식의 결여를 보여 줌으로써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증폭시켰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그에게 집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헌재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소장과 재판관이 국민의 존경과 동의를 받는 권위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헌재소장의 경우 비록 평의(評議)에서는 재판관과 똑같이 9분의 1의 권한만 갖지만 그 상징성은 헌법적 가치의 표상으로서 손색이 없어야 한다. 전 씨가 이렇게 상처투성이가 된 상태에서 헌재 수장이 될 경우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결정에서 헌재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대통령 탄핵이나 수도이전법 같은 결정이 다시 벌어진다고 할 때 ‘전효숙 헌재’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국가적 혼란은 상상만 해도 두렵다.
노 대통령은 헌법기관의 수장을 임명하면서도 국가 장래를 위해 널리 인재를 구하지 않고 사법시험 동기생이나 코드만 따지는 편협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인사권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라도 모든 정파의 동의를 받아 국민의 박수 속에 취임할 헌재소장을 고르는 것이 정국 파행을 막고 임기 말 국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도(正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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