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우리銀 北계좌 개설 요청”

  • 입력 2006년 9월 21일 02시 55분


“DJ 북한방문 반대”라이트코리아, 대한민국바로세우기여성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서 집회를 열고 김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진환 기자
“DJ 북한방문 반대”
라이트코리아, 대한민국바로세우기여성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서 집회를 열고 김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진환 기자
통일부가 북한 당국의 개성공단 내 우리은행 지점 계좌 개설을 지원하려다 우리은행과 다른 정부 부처의 반대 때문에 지원을 보류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본보 19일자 A1,3면 참조
▶ 돈줄막힌 북한, 개성공단 우리은행에 계좌요청)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우리은행 측에서 입수한 올 3월의 정부 관계기관 회의록에 따르면 통일부는 계좌 개설 지원 방침을 밝혔지만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국가정보원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당시 통일부의 요청으로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 회의실에서 열렸던 관계기관 회의엔 우리은행 관계자도 참석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개성공단 우리은행 지점에 공문을 보내 개성공단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지도총국) 명의의 계좌 개설을 신청했다.

▽통일부만 계좌 개설 찬성=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회의의 안건은 △1안: 북측 요구를 수용해 북측 지도총국 명의의 계좌 개설 △2안: 개성공단 내 북측 은행 조기 개설 추진 △3안: 북측 은행 개설 때까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북측 지도총국의 업체 상대 수납업무 협조 등이었다.

회의에서 통일부는 “개성공단 사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우리은행 개성공단 지점의 북측 계좌개설 문제로 난관에 직면했다”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 (개성공단 우리은행 지점의) 협력사업 범위 조정, 국내법 문제 해결, 미국 등에 대한 개성공단 내 자금 흐름의 투명성 설명을 통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니 우리은행에 현명한 결정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은행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및 인원에 대한 금융서비스로 규정된 협력사업의 범위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미국 재무부의 테러방지법(PATRIOT Act) 준수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용이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또 재경부는 “북측이 계좌 개설을 요구하는 진위가 무엇이며 어떤 목적으로 이를 이슈화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시점에 우리은행에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대했다.

외교부도 “6자회담 등 미국 및 북한과 관계된 외교 과제가 산적한 점을 감안해 미국을 자극할 여지가 있는 금융 관련 사업은 조급하게 추진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정원 역시 “정부는 북측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미국 등과 관련된 남측의 현실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 회의에 참석했던 산업자원부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

▽“계좌 개설은 중장기 목표”=통일부 관계자는 20일 “당시 회의에서 우리은행 측에 북측 지도총국 명의의 계좌 개설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다만 북측에 보관용 금고를 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우리은행 측이 반대해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회의에서 국내법 문제 해결 방안 등을 말한 것은 당장 계좌 개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계좌 개설을 중장기적인 목표로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개성공단 대북송금 문제점

‘제3자 지급’ 형태 자금 흐름 불투명

세원포착 곤란 불법자금 통로될수도

개성공단 입주 국내기업들이 대북 송금과정에서 제도상 미비로 ‘제3자 지급’ 형태를 이용하며 외환관리지침을 위반했지만 정부는 1년 반 동안 이를 묵인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은 정부의 이 같은 묵인은 대북 불법 송금이나 외환 빼돌리기 가능성을 방치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외환 거래는 코레스(외환거래) 계약을 체결한 환결제은행의 자금 중개를 통해 당사자 계좌 간에 이뤄진다. 반면에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우리은행 본점에 송금을 의뢰한 뒤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에서 돈을 받는 제3자 지급 형태로 대북 송금을 했다.

재경부는 대북 송금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제3자 지급을 제한하는 이유로 △거래의 익명성이 가능해 세원 포착이 곤란하고 관세 포탈이나 밀수입 대금의 해외송금 수단으로 악용 △외환 통계에 잡히지 않아 국제수지의 왜곡 발생 △재산의 해외 도피나 불법자금 세탁 등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이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제3자 지급 형태를 악용할 경우 북한에 불법으로 과다하게 달러를 송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단 대북 송금을 한 뒤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에서 돈을 찾아 다시 국내로 들여와 비자금 등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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