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비하” 법조계 폭풍전야

  • 입력 2006년 9월 21일 02시 55분


이용훈 대법원장이 최근 전국의 지방법원을 순회 방문하면서 한 발언을 놓고 검찰과 변호사단체가 발끈하면서 법조계가 ‘태풍 전야’ 같은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검찰과 변호사단체는 법원의 보조기관”=이 대법원장은 11일 부산고법·지법을 시작으로 13일 광주고법·지법, 18일 대구고법·지법, 19일 대전고법·지법을 차례로 방문해 일선 판사들과 대화를 나눴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발언은 13일 광주 방문에서 처음 나왔다. 이 대법원장은 이곳에서 판사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하면서 법원 검찰 변호사단체를 일컫는 ‘법조 3륜’에 대해 언급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조 3륜이란 말은 내가 평소에 가장 듣기 싫어하는 얘기다. 검찰과 변호사단체, 법원이 어떻게 동렬에 서 있느냐. 사법의 중추는 법원이고 검찰과 변호사단체는 사법부가 제대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한 사법부의 보조기관이지 어떻게 같은 바퀴가 될 수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변호사들이 내는 (증거)자료라는 게 상대방을 속이려는 문서인데 그걸 믿고 재판하는 건 곤란하다. 내가 변호사를 해 봐서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19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대법원장은 “법정에서 검사는 수사기록만 던져 놓고 유죄 입증을 위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며 검찰의 행태를 꼬집었다. 이 대법원장은 최근 순회 방문 때 사전 원고 없이 즉석 연설 형태로 발언을 했다.

▽검찰-변호사단체 반발=대검의 검사장급 부장 6명은 20일 오전과 오후 3시간에 걸쳐 임승관 차장검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면서 의견을 들었고 오후 회의에는 임채진 서울중앙지검장도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을 강하게 성토하는 의견도 나왔다. 강찬우 대검 홍보담당관은 “이 대법원장의 발언 중에 ‘검사실에서 작성된 조서를 밀실에서 작성됐다’고 한 부분, ‘검사가 작성한 수사기록을 던지라’는 발언, ‘법정에서 검사는 유죄 입증을 위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부적절했다는 데에 공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사법부 수장의 발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거친 표현을 사용해 검찰을 비하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에도 “대법원장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는 변호사들의 항의 전화가 잇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이 대법원장 말의 근본 취지는 판사나 검사가 과거 편리하게 이용해 오던 관행에서 탈피해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원칙을 찾아가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일부 강한 표현이 있었는데 이는 법원 내부 간의 대화여서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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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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