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 엔지니어링클럽 협회 초청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나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헌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헌법을 지키는 것을 생명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시작부터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하면 되겠느냐"며 이같이 밝힌 뒤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헌재가 헌법을 제대로 지킬 수 있겠는가. 지금은 (헌재가) 만신창이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논란과 관련해서는 "북핵 위기 등으로 안보위협이 증대되고 있는데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면서 "왜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으로 안보가 취약한 기간에 이런 문제를 거론하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한편 그는 이날 대표 퇴임 이후 처음 가진 외부강연에서 과학기술 중심국가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지도자의 관심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학기술정책의 기조'란 제목의 강연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오직 과학기술에 달려있다"면서 "과학기술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도자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가가 안정해야만 실천이 가능하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얼마 전 바다이야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바다에 빠져 헤맨 적이 있고, 외교, 안보 등 문제가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 분야를 정상으로 돌려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과학기술분야 국책연구소에까지 코드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면서 "정실인사를 해서는 안되며, 이는 나라 발전은 물론 어떤 정권에 있어서도 자기 자신을 해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선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전공인 전자공학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아버지가 어떻게 하면 나라를 살리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킬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월남전 한국군 파병을 언급하면서 "린든 존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며, (파병 댓가로) 어떤 지원을 해주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아버지는 키스트(KIST)를 지어달라고 얘기했다"며 과학기술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깊은 관심을 설명했다.
그는 ▲차세대 대학기술인 10만명, 초일류 인재 5000명 양성 ▲기초과학 경쟁분야 육성을 위한 국가의 집중 지원 ▲국책연구소의 자율성 보장 ▲중소기업 및 지방의 과학기술능력 육성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바치려 한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