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효숙 사퇴나 지명철회해야"

  • 입력 2006년 9월 21일 19시 15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1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 문제와 관련해 "전 후보자는 자진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지명 철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엔지니어링클럽'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헌재는 헌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권력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시작부터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하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헌재의 권위가 떨어졌는데 (전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그런 헌재에 대사를 결정해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 지금은 (헌재가) 만신창이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논의는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다. 주한 미군 재배치가 완전히 끝난 뒤 한반도 안보상황을 파악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특강에서 "과학기술 분야 국책연구소에까지 코드인사를 하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며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공격했다.

그는 또 △초인류인재 5000명과 차세대 대학기술인 10만 명 양성 △기초과학경쟁분야 육성을 위한 국가의 집중 지원제고 △국책연구소 자율성 확보를 통해 세계 5대 과학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공약성' 제안도 내놓았다.

강연 도중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언급도 수차례 나왔다.

박 전 대표는 전자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던 이유에 관해 "아버지가 어떻게 나라를 살리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킬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셔서 영부인 역할을 대신하면서 다른 길을 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대표직 사퇴 후 첫 공개 강연을 한 박 전 대표는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의견을 드리고 듣는 시간을 갖겠다"며 대권행보의 시작을 공식화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박 전 대표가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진단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며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정에 관한 비전을 내놓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엔지니어링클럽 회원들은 1974년 클럽 결성 때 박 전 대통령이 써준 '과학기술은 조국 근대화의 기수'라는 휘호를 동판으로 제작해 박 전 대표에게 증정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