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송금 논란-부지 추가분양도 연기 개성공단 사업 졸속

  • 입력 2006년 9월 22일 02시 59분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내 기업의 개성공단 송금이 외국환 거래규정을 위반한 데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내 기업의 개성공단 송금이 외국환 거래규정을 위반한 데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개성공단 추가 분양을 보류하기로 하는 등 개성공단 사업 추진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와 공단 사업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연기된 개성공단 1단계 본단지 추가분양을 이달 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근 이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개성공단 1단계 본단지의 잔여 부지 58만 평 중 22만 평을 6월 말 분양하려 했으나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조짐이 포착되면서 분양을 미뤘고 7월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는 분양 일정을 무기 연기한 바 있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등은 ‘개성공단 건설에 있어 북측이 할 일은 다 했으니 공장들이 조속히 들어올 수 있도록 남측에서 더 노력해 달라’며 정부에 추가 분양을 재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추가 분양 보류 결정은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일본과 호주가 대북 제재를 발표하고 미국도 추가 제재를 준비하는 등 대북 투자 위험이 여전해 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21일 “관계기관과 협의해 시장의 상황이 적절한 때에 분양을 할 것”이라며 “(분양 시점이) 아주 멀리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사일 발사와 한반도 긴장 고조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분양 일정 지연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추가 분양 보류와 함께 최근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편법 대북송금 논란 등이 잇따라 불거지는 데 대해 정부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됨에도 불구하고 송금 절차 등에 대한 법적, 제도적 검토가 없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개성공단사업을 대북정책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성과에 집착해 법적, 제도적 허용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가 최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으로 불거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도 “개성공단 송금은 장기적으로 북한에 자금이 유입되는 것임에도 송금 절차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문제”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문에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자금 흐름의 감시가 포함된 만큼 지금이라도 법적, 제도적 보완을 통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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