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이 21일 입수한 금융감독위원회의 ‘국내은행 해외점포 신설 사전협의안’에 따르면 금감위는 올해 7월 회의를 열어 농협의 북한 금강산지점 신설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결을 했다.
북한 지역의 지점은 해외 점포로 취급돼 11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신설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농협의 금강산지점은 이 중 1가지 기준에 부합되지 않았으나 금감위는 ‘예외’를 인정해 신설을 허용했다.
금감위는 사전협의안에서 “농협 금강산지점은 북한에 이미 진출한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이 2005년 말 현재 적자상태를 보여 사전협의기준상 부적격 요건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금감위의 해외 점포 신설 사전협의 기준에 따르면 진출하려는 지역에 이미 진출해 있는 국내은행의 점포 중 절반 이상이 적자를 내고 있으면 해당 지역의 점포 신설은 부적격하다는 것.
2004년 12월에 진출했던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은 11만9000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고, 올 1월 폐쇄된 외환은행 금호지점은 8만7000달러의 적자를 봤다.
그러나 금감위는 “금강산 지역 관광사업 지원을 위한 현대아산과의 협약 체결과 통일부의 협력사업자 승인을 받은 점을 감안하고 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 지원 등을 위해 예외를 인정한다”며 개설을 허가했다.
이 의원은 “자격 조건이 안 되는데도 지점 개설을 허가해 준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금감위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증거”라며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새로운 지점을 신설하게 한 것은 통일부 눈치 보기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농협 금강산지점은 9월 개설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환전 업무는 물론 여수신 업무도 하게 된다. 파견 3명, 현지 채용 2명 등 영업 인력은 5명이 될 전망이다.
한편 금강산 관광객은 2003년 7만8000명에서 2004년 27만3000명으로, 지난해에는 30만2000명으로 늘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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