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드 官職 낙하산은 ‘합법의 탈’을 쓴 부패다

  • 입력 2006년 9월 23일 03시 04분


노무현 정부의 전현직 장관정책보좌관 84명 가운데 46%가 청와대와 여당 출신의 ‘코드 낙하산’이라고 한다. 정부는 2003년 5월 이 자리를 신설하면서 ‘장관의 정책과제를 전문적으로 보좌하기 위해서’라고 포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는 별로 없고 ‘정치판 제 식구 챙기기’를 염두에 둔 설관(設官)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정치판 경력’의 전(前)단계는 운동권인 경우가 많다.

과거 정권에서도 연고주의 인사(人事)와 낙하산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생산성 없는 자리를 남발해 ‘내 사람 심기’에 거침이 없는 정부는 처음 본다. 이 정부 가 들어선 뒤, 듣도 보도 못한 위원회들이 서울 도심 곳곳에 자리 잡았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이런 사람들을 ‘거둬 먹이는’ 것이 정권에는 충성분자들을 줄 세우는 데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납세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먹여 살릴 이유가 없다.

경제와 민생 개선에는 무능하면서, 삶이 더 팍팍해진 국민한테서 세금 더 긁어 ‘내 사람들’의 일자리부터 챙기는 것이 ‘정부 혁신’이요 ‘개혁’인가. 국민이 그렇게 인정하는지 여론조사라도 한번 해 볼 텐가. 정권에 한 다리 걸쳤다는 이유로 새 명함 찍고 판공비 카드 긁는 사람이 늘면 ‘정치판 건달들’의 ‘정권 투기(投機)’는 계속 조장될 것이다.

올해 정부 공무원(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제외) 인건비는 20조4000억 원이다. 현 정부 출범 전인 2002년보다 33% 늘었다. 공무원 수를 김대중 정부 때보다 2만5000명이나 늘려 ‘세금 먹는 하마’ 같은 ‘큰 정부’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려고 ‘큰 정부 찬양’을 해 왔는가.

노 대통령은 “정치가 많이 깨끗해졌다”고 말하지만 코드 낙하산용 공직을 신설해 세금에서 월급을 주는 것이 ‘깨끗한 정치’는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합법의 탈’을 쓴 부패다. 세계은행도 코드인사(cronyism)를 부패라고 규정한다.

과거 정권에선 시민단체가 낙하산 인사와 세금 남용을 감시했지만 이 정부에선 친(親)권력 시민단체들이 스스로 낙하산이 돼 버렸다. 정부의 도덕성도, 이런 단체의 도덕성도 속살을 드러낸 지 오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