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 가정교사’로 불릴 만큼 이 정권의 외교기조 설정에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자주(自主)외교’나 ‘동북아 균형자론’에도 그의 구상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전직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의 ‘자주외교 비판’에 대해서도 “보기에 안 좋다”며 각을 세운 그다.
그런 문 교수가 4강 외교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정권의 외교 무능에 대한 고해성사로 들린다. 미국의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가 본보와의 회견에서 한국을 ‘4마리의 코끼리에 둘러싸인 개미’로 보고 “정신 차리고 외교력을 기르라”고 당부한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문 교수는 미국에 대해 “원하는 대로 다 해 줬지만 (한국에 대한) 비판여론이 있는 것은 북한에 대한 인식의 간극 때문”이라며 “북-미 관계에서 한국이 배제됐다”고 했다.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기동군화) 허용 등 실리(實利)는 다 내주고도 반미친북(反美親北) 행보로 미국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조차 못 듣고 외교적 지렛대마저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일본이 긴밀해진 미일 군사동맹 속에서 미국에 기생(寄生)해 군사대국화를 추구하려는 데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그는 비판했다. 문 교수는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訪中) 때 중국 측이 우리 측에 정보를 제때 알려주지도 않았다면서 “중국의 고위층에 대한 접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실토했다. 미일과 멀어진 만큼 중국과 가까워지지도 못했다는 고백이다. 그는 러시아와도 실질적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4강 외교의 총체적 실패는 ‘민족끼리’ 코드로 ‘외교논리’를 무시해 온 탓이 크다. 노 정권은 남은 1년 반만이라도 자주의 환상에서 벗어나 무너진 4강 외교를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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