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 보수 정당 이외에 정치권 밖의 다양한 보수세력까지 힘을 합쳐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구상을 하는 듯하다.
김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뉴라이트만으론 정권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중도개혁 보수를 지향하는 시민단체와 각계각층의 인사들, 나아가 정통 보수세력과도 힘을 모으는 데 산파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 2월까지는 이런 조직 확대 및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이후 정치권과 연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이에 화답하듯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에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유석춘 연세대 교수를 이날 권영세 최고위원과 함께 임명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쪽의 보수대연합 움직임과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려는 민주대연합 또는 반(反)한나라당연합 움직임이 경쟁적 상승작용을 일으켜 정계개편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이날 “한나라당이 수구대연합을 만든다면 우리는 평화를 바라고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모든 세력과 손에 손을 잡고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라이트 단체들이 내년 대선 정국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권교체를 위해 나설 것이란 관측은 전부터 있었다. 한나라당은 ‘합리적 중도보수’ 이미지로 대선을 치르기 위해 뉴라이트 진영에 공을 들여 왔고,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정치 참여를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한나라당을 필요로 한 측면이 있다.
23일에는 신보수를 표방하는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출범식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이 참석해 ‘이념적 동질성’을 강조했고, 22일엔 뉴라이트전국연합 대구지부 결성식에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지도부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민생대장정에 동참하기도 했다.
김 의장이 25일 “이 전 시장은 알아주는 일꾼이고 손 전 지사도 교육 분야와 외자 도입 등에서 일을 참 잘했으며, 박 전 대표도 같이 식사해 보니 보통이 넘더라. 누가 대통령이 돼도 괜찮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사전 교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김 의장은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을 포함한 보수세력의 범국민연합 대선 단일후보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정당의 당원 이외에도 일반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국민경선제 도입이 중요하다는 게 김 의장의 생각이다.
뉴라이트 진영은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뉴라이트재단,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가 주도하는 자유주의연대, 박세일 전 한나라당 의원이 주도하는 선진화국민회의 등 여러 갈래로 분화돼 있다. 정치 지망생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과는 달리, 이들 뉴라이트 단체는 아직까지 현실 참여에 거리를 두고 있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뉴라이트가 지금 할 일은 한나라당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정치권보다 도덕적, 정책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실력을 쌓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자유주의연대는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지는 내년 중반 이후 정치권과 연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을 계기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강경 보수’도 끌어안자는 주장인 반면 상당수 뉴라이트 단체는 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뉴라이트 진영 내부의 태도 차이가 앞으로 제대로 조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의 한나라당 동참 선언이 한나라당-민주당 공조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온다. 범보수의 단합이 호남지역 정서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민주당은 한-민 공조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가 이날 “한나라당이 한-민 공조를 흘려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이런 얘기를 계속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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