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사 연봉이 9100만원…휴직자 성과급 7200만원

  • 입력 2006년 9월 27일 02시 55분


한국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경영상태가 지나치게 방만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6일 발표한 ‘금융공기업 경영혁신 추진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개 은행장의 2004년 연봉 평균은 6억3600만 원에 달했다.

이는 금융업종이 아닌 13개 정부투자기관의 기관장 연봉 평균 1억5700만 원의 4배가 넘는다.

공적자금 지원을 받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봉은 12억6000만 원이나 됐으며, 공적자금이 투입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서울보증보험의 기관장 연봉은 각각 4억 원 이상이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과도한 인건비 지급에 편법이 동원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현직 근무 인원이 정원보다 적어서 생긴 예산 잔액으로 2002년부터 3년간 특별상여금 113억 원을 지급했고, 우리은행은 42명의 휴직자 등 근무를 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도 성과급 7200만 원을 줬다.

또 한국은행 등 4개 기관은 청원경찰과 운전사를 정규직원으로 채용해 외부 용역인원으로 대체했을 경우보다 연간 135억 원이나 많은 인건비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4개 기관의 청원경찰 218명과 운전사 88명의 평균 연봉은 각각 6300만 원과 6700만 원에 달했고 운전사 연봉이 9100만 원인 경우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또 200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경비용역업체 등 12개 업체 직원에게 계약에도 없는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14억500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재정경제부가 국책은행에 대한 금융 감독뿐 아니라 일반경영 감독까지 맡고 있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책은행은 전체 이사의 절반 이상이 사외 이사인 시중은행과 달리 사외 이사가 전혀 없거나 극히 소수만 사외 이사로 임명해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능력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기관들은 감사원이 인력운영과 경영실태를 평가할 때 개별 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은행은 단순 업무를 외부 용역에 맡기지 않고 정규직원으로 고용해 인건비를 과다 지급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금 수송 등은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작업이어서 정규직 운전사와 경비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총재 연봉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은 산업은행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금융회사와 비교했을 때 크게 많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표]국책은행·공적자금지원 금융기관 기관장 연봉

[표]국책은행·공적자금지원 금융기관 직원 평균급여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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