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헌법 해석기관인 헌재의 위상과 정치적 독립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 마음에 맞는다고 객관적 조건이나 각계의 평가를 도외시한 채 무리한 인사를 강행할 권한까지 헌법이 부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전 씨의 임기 연장을 위한 편법은 헌법정신에 대한 도전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정당한 권한 행사인데 왜 시비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노 대통령은 임명 절차의 하자와 관련해 미비한 점을 보완했으니 이제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절차상의 하자를 넘어 임기 연장을 위한 헌재 재판관직 자진 사퇴는 그 자체가 헌법의 ‘6년 임기와 연임’ 규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 수호의 책임을 진 대통령이 위헌 시비를 자초하고서도 자신의 논리만 강변하는 것은 비(非)민주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열린우리당도 이런 대통령의 뜻을 추수(追隨)해 군소야당들과의 수적(數的) 공조로 전 씨 임명 동의를 강행 처리해선 안 된다. 이는 국민을 두 번 우롱하는 처사다.
노 대통령은 이날 토론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반대자들을 ‘과거 독재에 찬성했던 사람들’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기들만이 애국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오만이야말로 한국의 장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전형적인 편 가르기와 오명(汚名) 씌우기다. 안보와 한미동맹의 위기를 걱정하는 수많은 전문가와 지식인, 국민이 모두 과거 독재에 찬성했던 사람들이란 말인가. 오히려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자신의 아집과 독선을 거두는 게 대통령으로서의 바른 처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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