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벨기에 독일 방문을 마무리하는 프랑크푸르트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고향인 경북 포항시에서 경선 참여의사를 공표한 것.
두 사람의 대선 도전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이들은 연말까지는 대선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언급을 자제해 왔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조기 대선 논의가 자칫 열린우리당에서 대선을 목표로 제기하고 있는 정계개편 움직임에 휩쓸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여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더는 ‘공자말씀’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경선 출마의사 표명은 측근들도 사전에 몰랐다고 한다.
유승민 의원은 “(출국 전에) 그런 말씀이 없었다.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가 당내 경선에 안 나갈 것처럼 어물쩍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라서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말씀을 한 것 같지만 공식 선언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본인은 상당한 준비를 거쳐 발언을 한 듯하다. 박 전 대표 측 일각에서는 독일 방문 직전부터 “지난달 30일 간담회에서는 대선주자로서 생각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당내에서 조직 우위를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최근 각종 언론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에게 다소 밀리는 듯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작심하고 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시장의 즉각적인 ‘응답’도 심상치 않다. 박 전 대표의 독일 발언이 국내에 전해지자마자 이 전 시장도 ‘경선을 하면 당연히 승복하는 것’이라는 원론적 표현으로 경선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선두 주자들 간에는 이미 분초를 다투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는 또 한나라당 내 제3의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물론 고건 전 국무총리와 여권 내 여타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을 촉발할 것이다. 이래저래 정국은 급속도로 대선을 향해 치달을 전망이다.
프랑크푸르트=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박근혜 前대표 “정권 바꿔 선진국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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