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가 지지부진한 진짜 책임은 정부에 있다. 북한을 의식한 나머지 미국이 저토록 반대하는 개성공단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함께 올려놓은 것부터 그렇다. 여기에다 노 대통령은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를 한미FTA특보로 임명해 활동하도록 하면서, 한편에서는 한미 FTA를 공개적으로 극력 반대하는 이정우 전 대통령정책실장을 아직도 정책특보로 두고 있다. 반(反)FTA 방송을 자주 내보낸 KBS 정연주 전 사장의 연임에도 집착하고 있다. 청신호와 적신호가 동시에 켜지는 것을 유도하는 것인가. 이래서야 실무자들이 확신을 갖고 협상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FTA 반대론자들의 일방적 주장이 먹혀들면서 반대 여론이 힘을 얻는데도 노 대통령은 변죽만 울릴 뿐 FTA 반대론에 총력 대응하는 모습이 아니다. 진정 뜻이 있다면 TV에 출연해 불필요한 논란만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할 것이 아니라 한미 FTA의 필요성을 호소하기 위한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어야 했다. 오죽하면 ‘한미 FTA를 추진하는 척하다가 적당한 시점에 결렬시키면서 미국 책임론으로 반미(反美)감정을 불러일으키려는 계산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돌겠는가.
노 대통령의 느닷없는 ‘국회 때리기’는 문제만 생기면 ‘남 탓’을 해 온 자신의 고치기 어려운 체질을 거듭 확인시킨 셈이다. 한미 FTA 하나만이라도 정권의 성과로 남기려는 의지가 있다면 “지지부진한 것은 내 탓”이라는 반성부터 하고 재출발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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