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 부진에 국회 꾸짖는 대통령, 本心 뭘까

  • 입력 2006년 10월 2일 03시 02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엉뚱하게 국회 탓을 하자 여야 의원들이 들끓고 있다. 노 대통령은 “국회는 이따금씩 한 번 (회의를) 열어 가지고 (정부에) 서류 보자고 한다. 일주일마다 회의를 하지도 않고 느긋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 한미FTA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열린우리당 홍재형 의원까지 “7월 말 특위 구성 이후 매주 회의를 열어 왔는데 전 국민이 보는 방송에서 형식적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말한 것은 유감”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FTA가 지지부진한 진짜 책임은 정부에 있다. 북한을 의식한 나머지 미국이 저토록 반대하는 개성공단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함께 올려놓은 것부터 그렇다. 여기에다 노 대통령은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를 한미FTA특보로 임명해 활동하도록 하면서, 한편에서는 한미 FTA를 공개적으로 극력 반대하는 이정우 전 대통령정책실장을 아직도 정책특보로 두고 있다. 반(反)FTA 방송을 자주 내보낸 KBS 정연주 전 사장의 연임에도 집착하고 있다. 청신호와 적신호가 동시에 켜지는 것을 유도하는 것인가. 이래서야 실무자들이 확신을 갖고 협상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FTA 반대론자들의 일방적 주장이 먹혀들면서 반대 여론이 힘을 얻는데도 노 대통령은 변죽만 울릴 뿐 FTA 반대론에 총력 대응하는 모습이 아니다. 진정 뜻이 있다면 TV에 출연해 불필요한 논란만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할 것이 아니라 한미 FTA의 필요성을 호소하기 위한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어야 했다. 오죽하면 ‘한미 FTA를 추진하는 척하다가 적당한 시점에 결렬시키면서 미국 책임론으로 반미(反美)감정을 불러일으키려는 계산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돌겠는가.

노 대통령의 느닷없는 ‘국회 때리기’는 문제만 생기면 ‘남 탓’을 해 온 자신의 고치기 어려운 체질을 거듭 확인시킨 셈이다. 한미 FTA 하나만이라도 정권의 성과로 남기려는 의지가 있다면 “지지부진한 것은 내 탓”이라는 반성부터 하고 재출발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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