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인권委 대신에 ‘北 인권’ 조사한 대한변협

  • 입력 2006년 10월 2일 03시 02분


대한변호사협회가 발간한 ‘2006 북한인권 백서’는 법률 전문가들이 탈북자 100명을 직접 탐문해 북한인권의 참혹한 실태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고발한 내용이다. 백서에 따르면 북의 수사기관은 사람을 체포할 때 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고문을 예사로 한다. 겨울에 발가벗겨 밖에 세워 놓는 ‘동태고문’은 인명을 하찮게 여기는 저들의 잔혹함을 생생하게 말해 준다. 뮤지컬 ‘요덕 스토리’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정치범 수용소는 강제 낙태와 중노동이 일상화된 생지옥이라는 사실도 재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백서를 보며 부끄러워해야 정상이다. 인권위는 북한인권 백서는커녕 권고안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초중고교 남학생에게 여학생보다 앞 번호를 주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출석부 번호까지 간섭하는 인권위가 남한 방송을 청취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 당하는 북의 인권 지옥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인권위 결정의 정당성을 주장할 때는 곧잘 유엔 인권위 결의를 인용하면서도 북의 인권 참상에 대한 유엔 인권위 결의는 모른 체한다. 역겨운 이중성이다.

최근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들의 명예에 상처를 주는 발언을 했다가 사과한 바 있다. 법조 비리에 변호사들이 단골로 등장하는 현실에서 변호사업계의 자정(自淨)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법부 혼자 우리 사회의 인권을 완벽하게 수호할 수는 없다. 일선 수사기관과 교도소는 물론이고 검사실과 법정을 드나들면서 인권문제의 현장에 접하는 변호사들도 마땅히 인권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솔선해야 한다.

대한변협은 이번 백서를 통해 장관급 위원장에 차관급 고위직이 세 명이나 되는 국가기구가 외면한 일을 했다. 대한변협은 엄혹한 독재정권 시절에도 꿋꿋하게 인권보고서를 발간해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인권위가 세금만 축내며 제 구실을 못하는 실정에서 대한변협이 북한인권을 감시·고발해 국내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기에 더욱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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