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년에 치러질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결코 특정 세력의 ‘집안 잔치’일 수 없다. 국정을 추스를 역량을 갖춘 ‘검증된 지도자’를 선출하는 장(場)이다. 따라서 예비후보들도 ‘대권(大權)’이라는 표현에 담긴 권력쟁취적 의식보다 국가를 위해 무거운 짐을 진다는 ‘대책(大責)의식’부터 가져야 한다. 7월 전당대회 때처럼 ‘줄 세우기’ 경쟁에 몰두하거나 양측 지지자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벌였던 비방전 같은 추태를 되풀이하면 국민으로부터 외면 당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누가 후보가 되든지 권력의 대주주(大株主)이기 전에 책임의 대주주가 되라는 것이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자기 개혁과 국가 운영의 청사진 제시에 실패해 패배했다. 특히 2002년 선거에서는 집권세력의 국정 파탄에 따른 반사(反射)이익에 기대다가 쓴잔을 마셨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지금 여권의 실정(失政)으로 당 지지율이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자 일찌감치 승리감에 도취해 내부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오죽하면 당 안팎에서 “고질병이 도졌다”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여권이 주도하는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도 어느 쪽에 이득이 될지를 따지는 정략적 계산만 앞선다. 100% 일반 국민 투표로 대선후보를 뽑겠다는 여당의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이벤트성 ‘흥행’에 성공할지는 모르나 당의 정체성이 실종될 우려가 크다. 한편으론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박 전 대표가 국민 참여 경선을 요구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전력(前歷)이 있다는 사실도 되돌아볼 일이다. 그런데도 진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을 위해 책임지겠다는 공당(公黨)의 모습을 보이는 과정이 바로 정당 경선 레이스의 본령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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