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예정지서 마을 화합잔치

  • 입력 2006년 10월 2일 12시 03분


추석을 앞둔 2일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폭력시위가 끊이지 않았던 경기 평택시 팽성읍 본정리 서부다목적회관에서 주민화합 마을잔치가 열렸다. 그러나 기지이전 예정지 밖에서 열린데다,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대책위는 전혀 참석치 않아 반쪽 잔치에 그쳤다.

이날 행사는 기지 이전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 10여 명 등 대추리, 도두리 주민 70여 명과 유종상 국무조정실 기획차관, 박경서 국방부 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 송명호 평택시장 등 100여명이 참석해, 2시간가량 진행됐다. 올해 6월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 대책위(평택 범대위)와 정부 간 대화가 중단된 뒤 반대주민과 6차례에 걸친 대화를 통해 성사된 것.

주민대표 박종명(66·도두2리) 씨는 "마을을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간에 갈등도 많았지만 다 같은 피해자"라며 "정부는 더 이상 분열이 없도록 주민과 협의해 사업을 추진해달라"고 건의했다.

유종상 기획차관도 "이날 행사가 기지이전사업 추진과정에서 빚어진 주민 간, 주민과 정부의 반목을 털어내고 화합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지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대책위 간부들은 전혀 참석하지 않았고, 일부 반대 주민들은 행사 말미에 "기만적인 행사를 중단하라"며 고함을 지르기도 해 행사 진행은 파행적이었다.

평택 범대위 박래군(45) 공동집행위원장은 "일부 반대 주민을 참석시켰다고 어떻게 마을화합잔치가 될 수 있느냐"며 "정부는 겉으로는 대화를 하자면서 뒤로는 또 다른 주민 회유책을 펼치고, 언론 플레이용 잔치를 벌이는 등 비열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팽성주민대책위 김택균(42) 사무국장은 "대추리 김지태 이장이 구속되고 마을주민들은 고향을 지키겠다며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행사를 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행사는 또 다른 대립과 갈등만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대추리 도두리 주민 40여 명이 추가 이주키로 최근 합의함에 따라 강제철거에 반발해 미군기지 예정지내에 거주하고 있던 92가구 중 50여 가구만 남게 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13일 빈집 90여 채를 철거했으며 조만간 이전기지 조성 기본계획(마스터플랜)을 완료, 문화재 시굴과 배수로 개설공사 등 기반공사에 착수해 내년 4월 본격적인 부지조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평택=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