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과 일본이 8일경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일 정상회담 직후 한중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한중일 3국의 연쇄 정상회담에선 일본의 과거사 인식 문제와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해 양자 간 현안 등이 주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회담=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단절된 양국 정상 채널이 복원된다는 데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한일 정상이 양국을 오가며 벌였던 ‘셔틀 외교’는 지난해 6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전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1년 4개월째 끊어진 상태다.
정부는 그동안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대해서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에 대한 기존 방침을 고수해 왔으나 이번 정상회담에는 응했다. 청와대 당국자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가지 않는 상태도 하나의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일본 내부 사정을 감안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언급을 하지는 못하는 상황을 정부가 양해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엔 아베 총리 취임이 양국 간 정상 채널을 복원할 수 있는 적기(適期)라는 정부의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과거사 문제에 민감한 국내 여론이 아베 신임 총리의 정상회담 메시지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한중 정상회담=다음 주 열릴 한중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북한 핵 문제다. 북한을 교착상태의 6자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중국의 ‘지렛대’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설명하며 한중 간 공조 의지를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중국을 통해 북한의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 수용을 설득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이 외에 한중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일 정상회담=일본은 중국 측을 배려해 아베 총리가 역사인식에 대한 대중(對中) 담화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화에선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더라도 중국이 우려하는 역사인식 문제를 배려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아베 총리가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일본 측 성의를 지켜본 뒤 회담 일정을 최종 조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회담으로 댜오위(釣魚) 섬(일본명 센카쿠 열도) 해역을 포함한 동중국해의 영유권 문제 등 해묵은 난제들이 풀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 및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서두른 배경엔 22일로 예정된 중의원 통일 보궐선거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선거 전 ‘방한, 방중 깜짝쇼’를 성사시켜 선거 주도권을 쥐겠다는 게 아베 총리의 계산이라는 것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日 식민 지배로 亞 각국에 고통”▼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의 1995년 담화를 인용해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에서 “우리나라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많은 사람에게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고 말했다.
사회당 당수였던 무라야마 전 총리가 ‘패전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당시 담화에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속으로부터의 사과’라는 표현도 썼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그 대목은 인용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A급 전범을 단죄한 도쿄전범재판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 따라 재판을 수락했기 때문에 국가와 국가의 관계상 이의를 제기할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A급 전범의 책임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는 “정부가 구체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얼버무렸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