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도전에서 4차 예비투표까지

  • 입력 2006년 10월 4일 03시 00분


‘로 키(low key) 전략.’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면서 택한 전략이다. 반 장관은 과도하게 자신을 홍보하기보다는 조용하게 바닥을 다지는 전략을 선택했다.

실제로 반 장관은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110여 일 동안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40여 개국을 방문했다. 공식 업무를 하는 틈틈이 유엔 개혁에 대한 비전을 설파하며 유엔 사무총장 선거 활동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100개국 이상의 외교장관들과 접촉했다. 아프리카는 5차례나 방문했다. 2월 14일 공식 출마 선언을 하기 전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인 가나,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를 방문했다. 출마 선언 이후에는 비상임이사국인 아르헨티나, 페루, 덴마크, 슬로바키아 등을 방문했다.

정부 내에선 반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수행하면서 각국 정상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은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에선 김원수 장관특별보좌관이 5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면서 반 장관을 지원했다. 유엔에선 최영진 유엔주재 한국대사와 오준 차석대사가 현지 사령탑을 이끌었다.

물론 36년간의 화려한 외교관 경력과 온화한 인품, 그리고 ‘누구에게도 적을 만들지 않는’ 반 장관 특유의 처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상임이사국 5개국 중 1개국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무총장으로 당선될 수 없다. 유엔 안보리 안팎에서는 반 장관에 대해 “최선의 후보자는 아니지만, 항상 모두에게 차선의 후보자였다”는 평가가 자주 나온다.

유엔 사무총장을 향한 반 장관의 ‘순항’을 막은 마지막 걸림돌은 상임이사국인 영국이었다는 후문. 유엔 소식통에 따르면 영국은 “다른 후보들이 합류할 수 있도록 좀 더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10월까지는 사무총장 선출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영국도 결국 ‘반기문 장관 대세론’에 합류했다.

운도 따랐다. 2위를 했던 인도의 샤시 타루르 후보는 인도와 전통적으로 라이벌 관계인 중국이, 유럽국가가 선호한 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 후보는 러시아가 강하게 반대했다.

중국은 줄곧 “지역순환 전통에 따라 이번은 아시아 차례”라는 입장을 고수해 줬다.

또 반 장관은 지난달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을 수행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서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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