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장관은 이날 6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상임이사국 전원의 지지를 확보한 데다 2위를 한 인도의 샤시 타루르(유엔 사무차장) 후보가 개표 직후 후보직을 사퇴하고 반 장관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이변이 없는 한 사무총장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현안이 많은 분단국가 출신이 유엔 사무총장에 오르는 것은 유엔 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3차례 예비선거에서 모두 1위를 했던 반 장관은 이날 4차 예비투표에서도 15개 이사국 중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14개국으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1개국은 기권했다.
이날 투표에서는 처음으로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이 색깔이 다른 투표용지를 사용함으로써 사무총장 선출의 관건인 상임이사국의 지지 여부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했다.
안보리는 이날 예비투표에서 반 장관의 압도적인 우위가 확인되자 예비투표 절차를 종결하고 9일 공식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안보리는 공식투표에서 반 장관을 단독 후보로 확정한 다음 유엔 총회에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총회는 안보리가 추천한 후보를 반대 없이 추인해 왔기 때문에 반 장관은 이달 중 총회에서 사무총장으로 공식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로 끝나며, 차기 총장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유엔 사무총장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중임하기 때문에 반 장관은 앞으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직을 맡을 수 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투표 후 “미국은 이번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광야(王光亞)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오늘 투표 결과는 사실상 만장일치다. 중국은 반 장관이 안보리 후보로 선출될 것으로 기대했고, 투표 결과를 기쁘게 생각한다”며 반 장관의 사무총장 당선을 기정사실화했다.
반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통상부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안보리 이사국들이 신뢰와 지지를 보내준 데 크게 감사하고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유엔 개혁 문제를 포함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인권보호를 위한 중차대한 역할을 맡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 장관은 자신의 장관 임기 문제에 대해 “유엔 총회 인준 절차가 끝나면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달 중순 유엔 총회 후 후임 장관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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