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외교수장’ 한국인이 맡는다

  • 입력 2006년 10월 4일 03시 00분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겸비한 그의 외유내강형 리더십이 이제 국제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할 전망이다. 홍진환 기자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겸비한 그의 외유내강형 리더십이 이제 국제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할 전망이다. 홍진환 기자
《반기문(62) 외교통상부 장관이 2일(한국 시간 3일)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반 장관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 사무총장을 선출하기 위해 실시한 4차 예비투표에서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안보리 이사국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반 장관은 이날 6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상임이사국 전원의 지지를 확보한 데다 2위를 한 인도의 샤시 타루르(유엔 사무차장) 후보가 개표 직후 후보직을 사퇴하고 반 장관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이변이 없는 한 사무총장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현안이 많은 분단국가 출신이 유엔 사무총장에 오르는 것은 유엔 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3차례 예비선거에서 모두 1위를 했던 반 장관은 이날 4차 예비투표에서도 15개 이사국 중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14개국으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1개국은 기권했다.

이날 투표에서는 처음으로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이 색깔이 다른 투표용지를 사용함으로써 사무총장 선출의 관건인 상임이사국의 지지 여부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했다.

안보리는 이날 예비투표에서 반 장관의 압도적인 우위가 확인되자 예비투표 절차를 종결하고 9일 공식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안보리는 공식투표에서 반 장관을 단독 후보로 확정한 다음 유엔 총회에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총회는 안보리가 추천한 후보를 반대 없이 추인해 왔기 때문에 반 장관은 이달 중 총회에서 사무총장으로 공식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로 끝나며, 차기 총장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유엔 사무총장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중임하기 때문에 반 장관은 앞으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직을 맡을 수 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투표 후 “미국은 이번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광야(王光亞)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오늘 투표 결과는 사실상 만장일치다. 중국은 반 장관이 안보리 후보로 선출될 것으로 기대했고, 투표 결과를 기쁘게 생각한다”며 반 장관의 사무총장 당선을 기정사실화했다.

반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통상부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안보리 이사국들이 신뢰와 지지를 보내준 데 크게 감사하고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유엔 개혁 문제를 포함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인권보호를 위한 중차대한 역할을 맡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 장관은 자신의 장관 임기 문제에 대해 “유엔 총회 인준 절차가 끝나면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달 중순 유엔 총회 후 후임 장관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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