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력히 비난=토니 스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 행위라고 비난했다. 스노 대변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며 적절한 '다음 조치'가 무엇인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일 밤(현지시간) 핵실험 추정시각으로부터 약 20분이 지난 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백악관은 동북아지역 우방들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이번 주 일본과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해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9일 "행정부 관리들은 핵실험 여부가 최종 확인되기 전부터 긴급 심야회의를 갖고 향후 대처방안을 점검했고,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는 '중국 러시아 같은 주변국들이 북한과의 무역을 차단하고, 에너지 제공을 끊어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이례적으로 신속한 반응=중국 정부는 8일 오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외교부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의 핵실험 실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무시하고 멋대로(flagrantly) 핵실험을 실시했다"며 "중국 정부는 이를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비난은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핵 확산 반대는 중국 정부의 확고하고 일관된 자세"라며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성실히 지키고 정세를 악화시키지 말며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이 관련 각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 정부는 각국이 냉정한 자세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분주한 일본=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인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핵실험 사실 여부를 아직도 확인 중'이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총리직을 대행하고 있는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은 총리 관저 위기관리 센터에 대책실을 설치하고 관계 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9일은 '체육의 날'로 휴일이었으나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급히 출근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문부과학상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 관측된 것보다 강한 지진파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한국, 미국 외무장관과 긴급 전화 회담을 열고 핵실험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3국이 긴밀히 연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대응 조치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실험 선언 이후 정부차원에서 검토해온 것이 있다. 앞으로 어떤 수준에서 조치를 취할 지 구체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핵실험 사실 확인=관영 이타르타스 통신은 국방부 블라디미르 베르호프체프 장군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군 당국이 북한의 지하 핵실험을 탐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즉각적인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러시아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가 17일 총리 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이에 앞서 11일에는 러시아 고위 인사 중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가장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국가기술감독청장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방한은 당초 경제협력 협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갑작스런 북한의 핵실험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한반도 전문가인 예브게니 바자노프 러시아 외교아카데미 부원장은 "북한의 핵실험이 한반도 상황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모든 정황을 검토하고 북한이 6자회담에 전혀 복귀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제재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은 여전히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수단"이라면서 "러시아 정부는 대북 제재에 반대해왔지만 북한이 6자회담 복귀 등 국제사회 요구에 끝내 부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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