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외신들은 9일 북한 핵실험 발표 직후부터 거의 분(分) 단위로 관련 소식을 쏟아내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AP, AFP, 로이터, 교도통신과 CNN, BBC방송 등은 한국에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것과 거의 비슷한 시간부터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 내용과 한국 정부의 긴박한 움직임을 전 세계에 타전했다.
미국 AP통신이 가장 먼저 11시 34분 ‘북한 핵실험 징후 있다’는 한 줄 보도로 긴급하게 소식을 전했으며 1분 뒤 노무현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장관회의가 소집됐다는 후속 보도를 내보냈다. 이어 프랑스 AFP, 일본 교도통신이 40분경부터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 같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과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비교적 늦은 오후 12시 8∼11분경부터 조선중앙통신의 핵실험 발표 내용 위주로 전했다.
CNN방송은 12시 40분경 한국 통신사의 보도 내용을 인용해 핵실험 내용을 처음 전한 후 일체의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관련 뉴스만을 내보냈다. CNN은 주말 밤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전문가를 총동원해 핵실험이 몰고 올 국제적 파장과 향후 한미관계, 미국의 대응 시나리오를 심층 분석했다.
조지프 시린시오네 미국진보센터(CAP) 연구원은 “팽팽한 강온파 대립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이 정체 상태에 빠진 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실험이라는 도박을 감행하도록 한 것 같다”면서 “북한은 핵실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남한과 중국의 경제 원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모종의 확신을 가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 출신인 대니얼 포어먼 씨는 “각종 제재를 동원한 미국의 대북 압박이 한층 강화되는 한편 대북 관계를 둘러싼 한미 간 균열도 커질 것”이라며 “미국은 대북 화해정책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은 한국을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주장대로 실험이 실시됐다 하더라도 그게 실제 핵폭탄인지, 초보적인 장치(primitive device)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재래식 폭발물을 터뜨려 놓고 핵폭발로 가장하려 할 수도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미 국방부 무기시험 책임자 출신인 필립 코일 전 국립실험실 핵실험 국장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핵실험이 세계표준보다 소규모였거나 완벽한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해도 북한으로선 얻은 게 많았다는 점에서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문가들의 초기 평가 결과 ‘펑’이라기보다는 ‘피식∼’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핵실험은 ‘불량 국가(rouge states)’나 테러조직에 핵물질 또는 실험장비를 확산시킬지 모를 새로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6∼8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미사일 탑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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