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때까지 “징후 없다”=김승규 국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은 미국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핵실험을 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즉각적인 핵실험의 징후는 없다”고 보고했다. 또 “한미가 긴밀히 정보 교류를 하고 있다”며 “실험이 이뤄질 경우 장소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의 만탑산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시간에 핵실험을 했다.
김 원장이 오전 11시 15분경 답변을 하다 안보관계장관회의 참석 지시를 메모를 통해 전달받고 회의장을 떠난 뒤 국정원은 “함북 화대군에서 리히터 규모 3.58의 지진파가 감지됐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이 때문에 핵실험이 이뤄지는 순간까지 국정원이 어떤 징후도 파악하지 못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정보위 소속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국정원은 도대체 엄청난 예산을 어디에 쓰는 거냐”며 “북한이 30∼40kg의 플루토늄을 확보했다는 국정원 보고를 감안할 때 추가 핵실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정보위원은 “김하중 주중 한국대사가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에게 핵실험 정보를 10시 40분경 알렸고, 송 실장은 이를 11시 7분경 김 원장에게 전했다고 들었다. 국정원은 불쌍할 만큼 정보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선진국 정보기관도 지하 핵실험을 사전에 포착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지진파 탐지는 우리도 동시에 알았지만 중국이 우리 정부에 통보한 정보는 국회 소집 때문에 조금 후 알았다”고 해명했다.
▽북한에 결국 카운터펀치 맞아=정부는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7월 5일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수해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등 북한 달래기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이때부터 남한 ‘뒤통수 때리기’를 노골화했다.
북한은 7월 3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연락장교 접촉을 하자고 제의했다. 5월의 4차 장성급 군사회담 이후 중단된 장성급 회담의 재개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틀 후 대포동2호 등 7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또 북한은 남북 대화가 중단된 지 81일 만인 지난달 28일 판문점에서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 접촉을 하자고 제의했다. 정부는 환영했다.
하지만 2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 접촉은 2시간 만에 끝났다. 북측은 남한의 대북 비방전단 살포 및 개성공단과 금강산에서의 ‘통행 질서’ 문란만 따졌다. 다음 날 북한은 핵실험 계획을 발표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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