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核요일… “시장엔 공포만 있었다”

  • 입력 2006년 10월 9일 19시 08분


뚝 떨어진 지수 그래프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서울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개인투자자들이 일제히 ‘팔자’에 나서면서 9일 코스피지수는 32.60포인트(2.41%), 코스닥지수는 48.22포인트(8.21%) 급락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훈구 기자
뚝 떨어진 지수 그래프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서울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개인투자자들이 일제히 ‘팔자’에 나서면서 9일 코스피지수는 32.60포인트(2.41%), 코스닥지수는 48.22포인트(8.21%) 급락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훈구 기자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 9일 한국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주가와 원화가치가 폭락했다.

가뜩이나 경제성장률 하락과 경상수지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는 안보위기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국제금융 △국내금융 △수출 △원자재 확보 △생필품 가격 안정 등 5개 분야 비상대책팀을 구성하고 매일 경제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 주가와 원화가치 대폭락

이날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인 4일보다 32.60포인트(2.41%) 떨어진 1,319.40으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48.22포인트(8.21%) 급락한 539.10으로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14.8원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963.9원으로 마감했다. 엔화당 원화 환율은 100엔당 808.66원으로 5.70원 올랐다. 이날 주가 하락폭 및 원화 환율 상승폭은 과거 북한 핵 관련 이슈가 몇 차례 악재로 등장했을 때와 비교해 가장 컸다.

거래소와 코스닥 전체 1835개 종목 가운데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무려 1703개. 코스닥시장에서만 923개 종목이 떨어지면서 하루 하락 종목 수 기록을 갈아 치웠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코스닥 선물 가격이 폭락하자 기관투자가들의 코스닥 종목 대량 매매를 5분 동안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를 올해 들어 여섯 번째로 발동했다.

이날 주가 급락으로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총 21조5170억 원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투매하는 ‘패닉’ 상태에 빠진 반면 외국인들은 이날 5527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입해 비교적 냉정하게 대응했다.

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59%로 0.02%포인트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해 주가, 원화가치, 채권 값이 함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안전 자산’인 금값은 오름세를 보여 온스당 579.60달러로 5달러 올랐다.

○ 아무도 모르는 길에 들어서다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악재’가 아니라 ‘불확실성’이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이 최고조였을 때 금융시장에서는 “악재가 현실화됐고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며 반등을 준비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라는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 현실화되면서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떤 강도로 진행될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국가 위험 자체가 커져 주가가 다소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외환은행 강지영 경제연구팀 연구원은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강행한 만큼 연말 원-달러 환율이 980원 선까지는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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