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경제성장률 하락과 경상수지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는 안보위기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국제금융 △국내금융 △수출 △원자재 확보 △생필품 가격 안정 등 5개 분야 비상대책팀을 구성하고 매일 경제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 주가와 원화가치 대폭락
이날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인 4일보다 32.60포인트(2.41%) 떨어진 1,319.40으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48.22포인트(8.21%) 급락한 539.10으로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14.8원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963.9원으로 마감했다. 엔화당 원화 환율은 100엔당 808.66원으로 5.70원 올랐다. 이날 주가 하락폭 및 원화 환율 상승폭은 과거 북한 핵 관련 이슈가 몇 차례 악재로 등장했을 때와 비교해 가장 컸다.
거래소와 코스닥 전체 1835개 종목 가운데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무려 1703개. 코스닥시장에서만 923개 종목이 떨어지면서 하루 하락 종목 수 기록을 갈아 치웠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코스닥 선물 가격이 폭락하자 기관투자가들의 코스닥 종목 대량 매매를 5분 동안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를 올해 들어 여섯 번째로 발동했다.
이날 주가 급락으로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총 21조5170억 원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투매하는 ‘패닉’ 상태에 빠진 반면 외국인들은 이날 5527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입해 비교적 냉정하게 대응했다.
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59%로 0.02%포인트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해 주가, 원화가치, 채권 값이 함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안전 자산’인 금값은 오름세를 보여 온스당 579.60달러로 5달러 올랐다.
○ 아무도 모르는 길에 들어서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이 최고조였을 때 금융시장에서는 “악재가 현실화됐고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며 반등을 준비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라는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 현실화되면서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떤 강도로 진행될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국가 위험 자체가 커져 주가가 다소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외환은행 강지영 경제연구팀 연구원은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강행한 만큼 연말 원-달러 환율이 980원 선까지는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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