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핵물질 날아오면 어쩌나”…방사선측정기 불티

  • 입력 2006년 10월 11일 03시 00분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전문적인 방사선 측정기를 구할 수 없습니까.”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9일 오후부터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방사선 측정기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9일 핵실험 이후 국경지대의 방사선 수치가 정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방사선 측정기구 판매 회사들은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방사선 측정기에 대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회사는 “방사선 오염물질을 정밀 관측하는 전문가용 장비 수요가 특히 늘었으며 이보다 값싼 휴대용 측정기도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요는 북한 핵실험 내용을 상세히 알 수 없는 주민의 불안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환경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나톨리 레베데프 씨는 “북한이 얼마나 안전하게 핵실험을 실시했는지 알 수 없다. 정보 부족이 주민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블라디보스토크 기상청은 “핵구름이 형성됐다면 연해주에서 남쪽으로 200km 이상 떨어진 동해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블라디보스토크 시민 안나 미하일로브나(45) 씨는 10일 “폐쇄된 사회주의 국가에서 실시한 핵실험의 강도와 안전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산 시를 비롯해 북한과 가까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방사능 오염 물질이 언제 날아올지 몰라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비상대책부 산하 극동지역센터와 연해주 당국은 북한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하루에 수차례씩 공기와 물에서 시료를 채취하며 오염물질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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