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언론은 북한 핵실험 억지 실패로 인한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핵 확산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북한 핵문제를 푸는 데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북(對北) 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미국=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비판하며 북한과의 협상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협상을 한다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한번도 안전보장과 같은 진중한 제안을 북한에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을 향해 “중국이 석유 및 생필품 공급을 지렛대로 활용해 북한을 충분히 압박하지 못했다”며 “이제 북한의 주장이 허풍이 아님이 증명된 이상 중국이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타임스와는 달리 “미국은 6자회담을 시작하면서 북한에 대규모 경제 원조,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약속했다”며 “미국이 충분한 제안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미국은 군사적 수단으로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강요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북한 체제를 전복할 수도 없다”며 “북한에 물질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과 한국만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라고 강조했다.
▽중국=언론 반응이 종전과 크게 달라졌다. 이전엔 간단한 사실 보도와 함께 정부의 성명만을 짧게 보도했으나 이번엔 해외 각국 정부의 반응까지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일각에서 정부가 하기 어려운 말을 언론을 통해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국제사회, 북한 핵실험 신속 반응’ ‘북한 핵실험 보편적으로 규탄’이라는 제목으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노무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부시 대통령의 논평을 실었다.
▽유럽=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평양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일본은 핵무장을 욕심낼 것이고 이란은 핵개발에 더욱 용기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의 코밑에서 이렇게 핵실험이 벌어지는 마당에 다른 지역에서 또 다른 행위가 벌어지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북한의 핵실험을 ‘궁지에 몰린 스탈린 체제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르몽드는 한편으로 “평양의 이런 ‘벼랑 끝 외교’는 부시 대통령 집권 이래 주도된 (미국의) 대북 정책이 낳은 ‘쓴 열매’”라고 꼬집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으로 인한 가장 큰 패배자는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형제국가’를 뒷마당에서 통제하지 못해 전 지구적인 지도국가 후보자로서의 체면이 손상됐고 장기적으로는 동북아지역에서 일본의 핵무장이라는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파원 종합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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