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방사능을 잡기 어려운데….”(이종성 선임연구원)
10일 오후 1시경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내 방사능방호기술지원본부 상황실. 안전대책부 요원으로 구성된 방사능감시반 20여 명이 상황실의 대형 스크린 ‘아톰 케어(Atom Care)’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기술원은 9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북한의 핵실험을 지진파로 잡아낸 직후부터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곧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요원 100여 명을 비상소집한 뒤 전국 측정소에 방사선 데이터 전송 주기를 15분에서 2분, 방사능 분석 주기를 1개월에서 1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원탁 테이블에는 ‘방사능비상대응매뉴얼’이 등장했다.
그 다음은 아톰 케어의 관찰. 스크린에는 한반도의 풍향풍속과 남한 내 37개 측정소의 방사능 및 방사선 측정치가 실시간 업데이트된다.
현재는 아톰 케어의 지도상에 표시된 측정소 색깔은 모두 정상을 나타내는 녹색이다. 색깔이 보라로 바뀌면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의미. 검출비율이 커질수록 노랑, 빨강으로 바뀐다. 보라 이상부터 비상 상황이다.
한승재 방재대책실장은 “풍속 초당 2m로 계산했을 때 2, 3일이면 방사능 유출 여부를 알 수 있지만 풍향이 남쪽을 향하지 않아 어쩌면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일단 북한과 가장 가까운 속초와 철원 측정소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로 직보하는 연구원들=북한 핵실험을 전후해 국내 과학두뇌 클러스터인 대덕연구단지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핵실험 여부와 안전대책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는 연구단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청와대도 시시각각 이들 연구소의 보고를 받고 있다.
현재 지질자원연구원은 지하(지진파),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지상(방사능), 항공우주연구원은 하늘(항공촬영)을 무대로 이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10일에도 추가적인 핵실험 징후는 없는지 확인하고 진원지와 폭발 규모 등을 더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비상체제를 유지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아리랑1호에 비해 해상도가 좋아진 아리랑2호를 활용해 북한 핵실험 장소 주변에 대한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위성이 2, 3일에 한 번씩 한반도 주변을 지나가기 때문에 아직 촬영을 못해 11, 12일 시도할 예정.
▽긴박했던 9일=전날은 그야말로 긴박한 하루였다. 지질연구센터 모니터에 ‘리히터 규모 3.58’의 지진파가 잡히자 “지진파가 잡혔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요원들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분위기로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모니터를 감시하던 요원들은 피로감도 잊은 채 분석에 착수했다. 인공폭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인천 백령도와 강원 철원, 고성, 경기 김포에 있는 4개의 공중음파측정기도 동원했다. 자연지진의 경우 음파측정기에는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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