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인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주도한 이 초안은 북한의 의심쩍은 대외교역 및 자금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유엔 회원국의 강제 이행 의무를 뜻하는 ‘안보리가 이렇게 결정한다(decides)’라는 표현도 쓰였다.
▽핵심 내용=총 9조로 구성된 결의안 중 제5조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관련됐거나 위조지폐와 마약거래 등 불법행위와 연계된 일체의 행위를 유엔 회원국이 차단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국제법에 따라 북한을 오가는 화물(cargo)을 회원국이 검색하도록 촉구한 내용은 채택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간의 거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생필품 의약품의 운송, 보험료 세금 등 기초적 금융거래 등 예외조항이 마련됐지만 전체적으로 북한과의 거래상대국의 부담을 높이는 한편, 채택되면 북한의 경제활동을 마비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 결의안은 통과되더라도 30일간 효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30일 뒤 북한의 준수상황을 점검한 뒤 추가 결의안 채택을 예고한 탓이다. 다만 7월 미사일 제재 결의문 채택 당시의 논란과 달리 이번에는 유엔헌장 7장이 원용됐다.
▽얼마나 수정될까=관건은 강경한 표현의 ‘미국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벽을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안보리는 9일 오전 회의를 열자마자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고 곧바로 결의안 문안 조정작업에 착수했다. 볼턴 대사는 “북한 규탄에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놀랍다(remarkable)”고 평가했다. 안보리 주변에서는 2, 3일 안에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7월 미사일 결의문은 11일 만에 채택됐다.
그동안 북한 제재에 소극적이었던 중국이 북한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상황 변화의 주요인이다. 왕광야(王光亞)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북한 핵실험은 심각한 문제다. 안보리가 강하고 단호하고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외교적 방법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전제를 붙이긴 했다.
안보리가 ‘만장일치’에 이르기 가장 어려워 보이는 항목은 역시 ‘화물 검색’이다. 미국은 북한과 접경한 중국과 러시아가 육상 화물 검색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성공 확률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화물 검색은 채택되더라도 운용 과정에서 큰 논란이 빚어질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 해상 봉쇄나 군사 제재 등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한 유엔 소식통은 “중국은 지나치게 강도 높은 제재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우방국 보호냐, 국제사회 동참이냐를 놓고 향후 2, 3일 동안 외교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비상임이사국으로 결의안 논의에 참가하는 일본은 북한 고위관리의 여행 제한, ‘의심 물건’을 운반하는 선박 및 항공기의 제3국 체류 금지를 포함하는 강경한 초안을 내놓았다.
▽워싱턴 기류=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강경기조를 유지하며 단호히 대처한다는 자세를 고수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군사적 옵션은 핵실험 전에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한편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이 2002년 규정한 악의 축(axis of evil)에 해당하는 이란 이라크 북한 3개국이 모두 골칫거리로 확인됐지만 “진짜 문제국가(북한)보다는 엉뚱한 나라(이라크)를 공격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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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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