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거래소 감사후보로 밀었던 부산 출신 공인회계사 김모(42) 씨도 “두 사람이 내가 감사로 선임되는 것에 가장 강하게 반대했다”고 털어놨다.
권 교수는 11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에 일을 해 보니 대통령인사수석실이 안하무인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정부 고위 공무원들은 인사수석비서관실 지시에 꼼짝도 못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다음은 권 교수와의 일문일답.
―인사수석실이 증권거래소 감사 인사에 개입했나.
“나한테 인사수석실의 메시지를 계속 전해준 재정경제부 고위 인사가 있었다. 그 사람 말이 이번 거래소 인사를 인사수석실이 총괄한다고 했다. 메시지를 전해준 재경부 고위 인사는 현직에 있는 사람이라 누구인지 밝힐 수 없다.”
―거래소는 주식회사 형태의 사(私)기업인데 감사 인사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나.
“그게 문제다. 메시지를 전달한 고위 공무원은 ‘특정지역 출신에 비(非)모피아,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 등 인사 원칙을 제시하면서 세 가지 기준을 맞추려면 100점짜리는 어렵고 60점짜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반대 의사를 전했나.
“‘(당초 내정됐다가 무산된) 김 씨 같은 인물은 안 된다. 거래소의 규모와 위상에 맞게, 제발 좀 상식에 맞는 인물을 보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12일 열리는 거래소 이사회에는 참석하나.
“물론이다.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사퇴했지만 나는 여전히 거래소 사외이사다. 공익적 사외이사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또다시 정부가 낙하산 감사 인사를 시도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막겠다는 게 나와 정 교수의 생각이다.”
―막을 방법이 있나.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는 사외이사 5명이 반드시 위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하고 정 교수가 사퇴했기 때문에 지금은 사외이사가 3명뿐이다. 이 상태로는 감사후보를 추천하면 규정을 위반한 게 된다. 만약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낙하산 감사후보를 밀어붙인다면 법적인 문제 제기도 할 생각이다.”
한편 정광선 교수는 낙하산 인사 논란과 관련해 “후보추천위원회에 외부 입김이 너무 강했다”며 “위원회가 후보 추천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다른 후보가 추천돼 오기를 기다리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거래소는 상장기업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 의무가 있는 곳으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이런 기업에 자꾸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시도하면 거래소가 무슨 명목으로 상장기업을 감시하고 지도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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