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시나리오=정부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나리오는 핵폭탄의 일부만 터진 경우, 즉 ‘부분적 성공’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핵물질이 너무 오래됐거나 기폭장치 성능이 조악해 충분한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못했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북한도 이번 핵실험에서 플루토늄으로 추정되는 핵연료를 다 폭발시키지 못해 1kt(TNT 1000t을 터뜨린 규모)에도 못 미치는 폭발력을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피즐링(fizzling·‘피식’ 하고 터지는 것)을 했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폭발”이라며 “북한 핵실험의 ‘부분적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애초부터 핵실험을 가장하고 재래식 폭탄을 터뜨린 ‘사기’일 가능성이다.
핵실험 이후 대기 중에 크세논이나 크립톤 같은 기체성 방사능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면 핵실험이 이뤄졌다고 최종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실험일이 이틀 지난 11일까지도 핵실험 추정지 부근이나 동해상에서 방사능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능이 끝까지 나오지 않으면 이 시나리오가 논리적으로 타당해진다.
그러나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렇다면 재래식 폭탄 수백 t이 수십 대의 트럭에 실려 핵실험 장소로 운반됐을 텐데 미국 첩보위성에 그런 운송 행렬이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플루토늄이 원래 없었거나 있었지만 고폭장치만 폭발한 경우로 ‘실패’에 해당한다. 그러나 고폭장치 폭발만으로 리히터 규모 3.9의 지진파를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 다만 이번 지진계 측정치로 환산한 이번 핵실험 폭발력은 0.4∼0.8kt으로 편차가 커서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넷째는 낮은 폭발력을 가진 소형 핵폭탄으로 실험을 실시해 ‘성공’했다는 시나리오다. 정부는 가장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첫 핵실험부터 소형 핵폭탄을 쓰는 일은 유례가 없는 데다 북한이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의도적으로 낮은 폭발력을 지닌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의 지진파를 처음 탐지한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지헌철 센터장은 “만약 북한이 정말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가정하면 세계 최초로 소규모 지하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런 첨단 기술을 보유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북한의 핵실험 장소로 미국이 지목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지역에서 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체육활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실험 진위는 유엔 결의안에 영향 못 미쳐”=북한 핵실험 대응책 마련을 위해 외교통상부에 설치된 북핵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기술적 판단 문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동향, 북한의 2차 핵실험 가능성 등을 집중 논의했다.
정부는 북한 핵실험의 진위가 안보리의 새로운 결의안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사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더라도 북한의 핵실험 의도 자체가 국제사회의 위협이 되는 만큼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