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대변인’ 김명철의 ‘불바다 발언’ 방송 논란

  • 입력 2006년 10월 12일 11시 27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뉴욕과 도쿄도 불바다가 될 수 있다. 압박에 대한 ‘물리적 대응조치’는 추가적인 핵실험으로 수소폭탄 실험이 될 것이다.”

“핵실험 성공은 단군과 주몽도 기뻐할 일로 노무현 대통령도 김정일 위원장께 축전을 보내야 한다.”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아침 라디오 시사프로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알려져 있는 재일교포 김명철 조미평화센터의 소장의 ‘불바다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김 소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나의 의중을 잘 이해한다’고 말한 인물.

김 소장은 이날 KBS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자꾸 우리가 핵실험 한 것을 가짜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 번 보여주겠다”며 “이번 핵실험은 고구려의 주몽, 단군조선의 단군이나 이순신 장군, 을지문덕과 같은 모든 우리 조상들이 아주 좋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리고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도 김 위원장께 축하 전보를 보내야 하고, 부시 대통령도 일본의 아베 수상도 김 위원장 앞으로 축하 전보를 보내야 한다”고 망언했다.

그는 “벼랑 끝에 서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라며 “우리가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된 것이다. 이건 자위권 수단이지 대화의 카드는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주한 미군의 군사행동을 막아야 된다. 우리 편에 서지 않아도 중립만 지키면 우린 한국과는 (전쟁을)안한다”며 “미국이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을 한국이 그만두게 말릴 수 있다면 남북정상회담도 성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추가적인 조치는 핵실험과 수소폭탄 실험이 될 것”이라며 “북한 제재 방안으로 봉쇄를 하겠다는 것은 정전협정 제15조 위반이다. 북한도 정전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한다는 것은 도쿄도 뉴욕도 불바다가 된다는 뜻”이라며 “그것이 헛소리인가 한번 진짜로 해보자는 것인가. 핵실험을 못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핵실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제재를 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를 위해 핵실험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한국하고 전쟁할 마음은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개인적인 판단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북한 핵심 지도부와 의사소통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북측 인사에 대해서는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방송에 앞서 손석희 씨는 “이 인터뷰는 새벽에 녹음으로 진행됐다”며 “‘한반도에서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요지의 강한 발언들이 나왔는데 물론 다 근거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매우 어렵지만, 어찌됐든 이것이 북 강경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손 씨는 “솔직히 말해 인터뷰를 녹음해놓고 이걸 방송에 그대로 다 내야하나 고민도 했지만 나름대로 북한 지도부, 그중에서도 강경파의 정서를 짚어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가감 없이 내 보낸다”고 설명했다.

방송이 나가자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소장이 김정일 위원장을 대변해 10여분이 넘는 시간 동안 발언한 것을 여과 없이 방송한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적절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김 소장이 북한을 ‘우리’라고 지칭하면서 핵 실험을 또 할 것이라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대남 적화방송’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특히 방송사는 이 문제에 대해 시정하고 자체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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