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특히 정부와 여당이 대화와 제재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대북경협 사업을 지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추가 핵실험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정권의 대북포용정책은 결국 북핵포용정책이냐"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대화와 제재를 통해 사태를 풀겠다고 하는데 이건 틀린 발상이다. 지금은 양단간 선택을 해야 하고 선택은 제재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정권은 북한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해 오판을 하고 국민을 불안에 빠뜨려서는 안된다. 대북경제제재는 최소한의 기본조치다. 제재를 하지 않으면 제2의 핵폭탄 제조를 방치하는 것이며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대오각성하고 금주 중 관련 장관들을 인책하라"고 요구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햇볕정책 실패'를 '해괴한 이론'이라고 비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겨냥, "대화를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만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북한의 입장의 대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권기간 5억 달러의 돈을 송금하면서 정상회담을 하는 등 3조원을 지원했는데 돈이 군사적으로 전용됐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햇볕정책은 북한 정권에만 햇볕이었고 북한 주민에게는 삭풍이었다"며 "북핵 개발의 원초적 잘못이 김 전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과 잘못된 햇볕정책에 있다는 지적을 김 전 대통령이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북한 핵실험 사태와 관련해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는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미국 책임론, 햇볕정책 성공론, 북미대화 등 3가지 잘못된 논리가 나오고 있다"며 "미국 책임론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고, 정형근 최고위원은 "모든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보는 것은 북한 핵개발의 목표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전날 국회에서 강재섭 대표를 만나 "불행히도 한국 국민이 미국을 비난하는데 유감스럽다. 미국이 6자회담 내에서 노력했는데 비난 받아서 억울하다. 북한의 행동에 대한 일련의 과정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고 결론만 보는 것은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전날 국회 통외통위에서 대북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데 대한 책임을 여당으로 돌렸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여당의 완강한 고집으로 국회에서 대북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결과를 맞았다"며 "여당마저 북한의 눈치보기를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모든 책임은 여당에 있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결의안을 채택해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여옥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재일교포 김명철 박사가 이날 오전 KBS와 MBC에 출연한 내용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공영방송이 북한을 '우리'라고 지칭하는 사람(사실상 북한 사람)을 여과없이 출연시키느냐. 이는 대남적화방송으로 적기가를 다시 틀은 것이다"며 방송사 차원의 자체조사 요구와 함께 당 차원의 진상조사 방침을 밝혔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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