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비난하던 중국, 北 대북제재 난색

  • 입력 2006년 10월 12일 18시 06분


중국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 핵실험 당일인 9일 강렬한 비난 성명과 발언을 쏟아내던 중국은 정작 미국과 일본의 제재 결의안이 유엔에 제출되자 군사적 제재는 물론 전면적인 경제제재마저도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중국 태도 변화 왜?=중국의 변화는 무엇보다도 북한에 대한 응징은 필요하지만 절대 붕괴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설령 군사제제가 아니더라도 미국이 검토 중인 13가지의 제제조치만 제대로 취해져도 북한 체제가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왕광야(王光亞) 유엔주재 대사는 11일 공개적으로 '징벌'을 언급했지만,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북한 징벌을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수위를 낮췄다.

사실 이는 중국이 일관되게 유지해온 자세다. 하지만 핵실험 이후 북한을 접촉해 모종의 협상여지를 찾아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1일 금융제재만 해결되면 6자 회담에 복귀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이날 부총리급인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급히 미국과 러시아에 특사로 보낸 것도 곱씹어볼만한 대목이다.

▽경제제재 효과는 중국이 관건=대북 군사제재는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경제제재는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일본이 중국의 태도를 가장 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의 지난해 교역액은 15억8100만 달러로 북한 전체 교역량의 50%를 넘는다. 중국은 특히 지난해 48만1250만 톤의 식량과 60만 톤의 석유를 포함해 85여만 톤의 에너지를 지원했다. 기계류와 비료 등도 중국에서 대부분 들여온다. 중국이 에너지만 끊어도 북한 경제는 바로 '올 스톱' 될 막다른 상황에 처한다.

한국은 북한 전체 교역량의 30%가량을 차지한다. 일본과 미국은 각각 10%에도 못 미친다.

결국 경제제재의 성공 여부는 중국이 갖고 있고 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경제제재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북한으로부터 가장 원망을 받게 될 나라가 중국인 셈이다.

▽한국에 공조 요청 예정=중국은 북한을 압박해 핵 포기를 이끌어내되 북한의 체제가 흔들리거나 되레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는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 주석은 13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중국의 이 같은 생각을 설명하고 공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한국 역시 중국의 태도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