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의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일체의 대화를 배제하고 PSI에 전면 참여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한반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해 주가가 폭락하고 경제가 치명타를 입어도 괜찮다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논리는 기름통을 안고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냉전시대로 되돌리자는 얘기로 들린다는 것의 그의 주장이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북한에 대한 모든 지원과 대화를 끊고 전쟁 불사의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아니다”고 거들었다.
한나라당은 ‘전쟁 불사’를 말하는 냉전론자이고 열린우리당은 평화주의자라는 편 가르기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열린우리당은 유화론, 온건론만 말할 뿐 북한 핵이라는 위기 사태를 해결할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도 그동안의 포용정책이 북핵 해결에 도움이 못됐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 핵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은 미국 책임이니 미국이 해결하라는 식의 주장은 오히려 미국의 반발을 살 뿐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막연한 유화론보다는 미국이 주도하는 PSI 참여 확대 등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것과 같은 강한 조치를 취하면서 미국과 보조를 맞출 때 오히려 미국에 대해 대북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할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그것이 옳든 아니든 간에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충분히 거론할 수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전쟁하자는 것’, ‘수구 냉전’으로 몰아붙이며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은 국가 위기관리의 1차적 책임자인 여당이 할 소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또 “북한 핵실험으로 국가 위기 사태가 초래된 데 대해 우선적인 책임을 져야 할 여당이 반성은커녕 오히려 야당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통해 자신들의 국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도 “북한 핵실험 사태는 ‘미국 책임’이라는 주장 등이 쏟아지면서 집권 여당이 북한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우상호 대변인은 “핵실험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며 “그럼에도 미국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게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최고 강대국인 미국이 쥐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에는 여전히 대북 유화론과 미국과 야당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 77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PSI 참여 확대 반대, 포용정책 지속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은 남북을 잇는 마지막 끈으로, 중단할 경우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다. 김 의장은 아예 이달 말 개성공단을 방문해 대북 유화 태도를 몸으로 천명할 계획이다. 열린우리당이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그것이 핵실험으로 인한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열린우리당 김희선, 박찬석, 임종인, 정청래,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등 5명도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15일 금강산에 다녀오기로 했다”며 “북한의 핵실험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강경일변도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권 수뇌부는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6자회동을 갖고 북한의 핵실험 파문에 따른 후속 대책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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