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2004년 1년 내내 줄기차게 국보법 철폐에 몰두했다. 언론과 한나라당에선 북측이 적화통일을 규정한 노동당 규약을 철폐하지 않고 있는데도 국보법 철폐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2005년에 접어들어서 국민의 다수가 국보법 철폐에 계속 반대하자 결국 포기했다.
북측은 올 7월 미사일을 발사한 뒤 부산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회담에 참석해서도 국보법 철폐를 주장했다.
정부는 5월 제4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NLL을 비롯한 해상경계선 문제를 남북기본합의서의 다른 분야와 함께 국방장관회담에서 다루자고 제안했다. 이는 그전까지 해상경계선 문제를 남북간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된 뒤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와 같은 고위급 회담을 통해 협의할 수 있다는 자세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어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앞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3월 기자간담회에서 “북측이 제3차 장성급 회담에서 남방한계선을 포기하겠다며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NLL 재설정을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며 “(NLL에 대해) 법률적인 문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장관은 “NLL 재설정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당시 정부 내에선 이 장관이 북측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정부의 핵우산 제공 조항 삭제 추진 움직임은 이에 앞서 2003년 말 제35차 SCM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외교안보 부처 일부 관계자가 “SCM 공동합의문에 핵우산 제공 조항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북한에 핵 폐기를 요구할 수 있느냐”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국방부 등 일부 부처에서 “북핵 폐기가 확인되기 전 핵우산 제공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며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해 9월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이 채택될 무렵 북측이 남측에 핵우산 제거를 요구하자 외교안보부처 핵심 인사 일부가 다시 밀어붙여 지난해 10월 제37차 SCM에서 미국과 핵우산 조항 삭제 협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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