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 죽던 이른바 ‘고난의 행군’ 때도 절대군주나 황제들도 먹고 마시기 어려웠을 산해진미에 최고급 코냑과 와인을 즐겼다. 그가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출신 요리사까지 두고 탐식한 요리는 야자상어날개탕, 죽생상어날개탕, 상어날개소라탕 같은 것이다. 그리고 군(軍)과 당의 고위 간부가 식탁의 아첨꾼들이었다. 요리사는 바닷가재, 체코 맥주, 태국 파파야, 이란 캐비아, 일본 생선, 덴마크 돼지고기 등을 구하러 해외 출장을 다녔다.
▷김 위원장은 최고급 요리와 함께 벤츠 승용차, 롤렉스 시계 같은 고가품으로 충성을 유도하고 권력을 유지하는 ‘선물 통치’를 해 왔다. 김일성 주석의 이름이 새겨진 롤렉스 시계는 영웅 칭호 다음 단계인 1급 국기(國旗)훈장보다 낫다고 한다. 김 위원장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는 주로 측근의 몫이다. 북한은 롤렉스 시계 수입 왕국이다. 스위스에서 1995년 이후 10년 동안 2400만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평양에서 보이는 승용차의 20∼30%는 벤츠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만찬에는 칠면조향구이, 삼지연청취말이쌈, 쑥송편, 약밥, 쇠고기굴장즙, 칠생송어구이, 백두산들쭉크림, 메추리완자탕이 나왔다. 술은 1980년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 샤토라투르였다. 지난해 6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김 위원장한테서 곰발통찜, 상어날개인삼탕 같은 요리를 대접받았다. ‘선물에는 바위도 부서지기’ 때문인지, 김 위원장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한국사람 중엔 그에게서 최고급 요리 향응을 받은 사람이 적지 않다. 그 약발까지 통해 핵실험을 감싸는 소리가 남한 고위층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 건가.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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