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번즈 미국 국무부 차관은 16일(현지시간) 미 CBS와 CNN에 출연해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 결의를 북-중 국경지대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암시를 오늘 아침 받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안보리 대북 결의문 채택 후 미 행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한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과연 대북 제재에 나설 것이냐는 문제였다. 중국은 당장 결의문 채택 직후 "우리는 화물검색엔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중국이 북-중 국경지대에서 화물검색을 강화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일단 안도하며 반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이 국제적 압력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나아가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의 조치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국이 화물 검색을 결정하기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떤 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이 자진해서 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취한 조치도 중국이 안보리 결의에 규정된 화물검색 조항의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중 교역도 일반 국가 간의 무역거래와 마찬가지로 수출입 통관절차를 밟아왔기 때문에 기존의 통관검색 절차를 강화한 측면은 있지만, 안보리 결의가 규정한 새로운 화물검색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단둥(丹東)에서 활동 중인 한 한국인 대북무역업자도 1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에 번스 차관의 발언을 보도한 뉴스를 접하고 현실과는 무척 동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의 북-중 국경지대 화물검색 강화는 실질적인 제재조치라기 보다는 상징적인 조치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더욱이 왕광야(王光亞)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화물 검색(inspection)에는 동의하지만, 이는 화물을 중간에서 압류하거나(interception) 저지하는 것(interdiction)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국경 세관 등에서 화물검색은 실시하겠지만 공해 상에서 북한 화물을 실은 선박을 강제로 정지시키거나 통행을 차단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어서 중국이 과연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