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국 제재방식 안 따를것”

  • 입력 2006년 10월 17일 20시 50분


"러시아도 북한에게 넘지 말아야 할 '레드 라인'을 보여주겠지만, 제재 방식은 미국을 따라가지 않을 것입니다."

군축분야에서 크렘린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정치문제연구소의 다니일 코비야코프 정보센터 국장(38·사진)은 러시아의 대북제재 방안을 이렇게 전망했다.

페테르부르크 대학을 졸업한 뒤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정책 결정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그는 2002년부터 각종 군축 협상에서 실무자로 일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러시아는 어떤 조치를 내놓을 것인가.

"러시아는 지금까지 핵 기술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평양에다 수출했다. 유엔 결의안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조치로 우선 무기 수출 중단이 검토될 것이다.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을 검색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이다."

―북한 선박 검색은 무력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러시아는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검색이 불가피할 것이다. 검색할 선박을 엄격히 제한하고 검색 장소를 북한 외부의 영해로 한정하는 등 기술적인 문제를 보완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에서는 이른바 '적절한 조치'가 논의되고 있는데 무슨 뜻인가.

"과도한 조치는 북한 인민들만 더 고통을 받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과 충돌한 적이 없으며 이번 제재로 북한 인민의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제재 범위를 무기 분야에 한정하고 일반 공산품의 수출입은 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 제재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미국이나 일본의 강경 대응을 억제해야 하며 이 사태가 주변국의 무기 경쟁이나 충돌의 선례가 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재제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가 확산될 경우 러시아는 반대할 것이다. 북한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제재 방식도 피할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제재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러시아는 북한의 핵실험을 '위험한 게임'이라고 보고 있다.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을 깰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북한에게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 무엇인지는 보여줄 것이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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