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한 최악상황 원치않아” “러, 美 제재방식 안 따를것”

  • 입력 2006년 10월 18일 03시 00분


▼中 사회과학연구원 장윈링 아태연구소장

“中, 북한 최악상황 원치않아”▼

“북한은 오래전부터 핵실험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본다. 북한은 미국의 금융 제재 등이 가시화되면서 핵보유를 과시해 미국의 대북제재를 타개하려고 했으나 북한의 핵실험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연구원의 장윈링(張蘊(령,영)·사진)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이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중국의 정치자문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을 맡고 있는 장 소장은 ‘동북아지역의 국가정체성과 지역정체성’을 주제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중구)이 14일 주최한 비공개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장 소장은 본보 기자와 만나 “최근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만나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지만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하려고 나설 경우 중국은 미국을 지지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가 높아져 사태가 최악의 경우로 가는 것을 막는다는 기본 방침을 갖고 있다는 게 장 소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장 소장은 “중국에서 볼 때도 북한의 행동은 모험적이며 오히려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를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중국이 강력한 비판 성명을 낸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중 관계에 대해서 장 소장은 “핵실험 이전에도 북한과 여러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중국은 북한 정권이 아닌 인민의 이익을 위해 북한이 최악의 상황에 다다르는 것을 모면하도록 도왔지만 핵무기 보유는 물론 향후 국가 발전에 대한 양국의 생각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부에서는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이 더는 중국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지만 중국은 북한에 그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소장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는 점은 문제 해결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한편 협상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는 중국과 한국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러 정치문제연구소 코비야코프 정보센터 국장

“러, 미국 제재방식 안 따를것”▼

“러시아도 북한에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을 보여 주겠지만 제재 방식은 미국을 따라가지 않을 것입니다.”

군축 분야에서 크렘린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정치문제연구소의 다닐 코비야코프(38·사진) 정보센터 국장은 러시아의 대북 제재 방안을 이렇게 전망했다.

페테르부르크대를 졸업한 뒤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정책 결정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그는 2002년부터 각종 군축 협상에서 실무자로 일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러시아는 어떤 조치를 내놓을 것인가.

“러시아는 지금까지 핵 기술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평양에다 수출했다. 유엔 결의문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조치로 우선 무기 수출 중단이 검토될 것이다.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을 검색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이다.”

―북한 선박 검색은 무력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러시아는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검색이 불가피할 것이다. 검색할 선박을 엄격히 제한하고 검색 장소를 북한 외부의 영해로 한정하는 등 기술적인 문제를 보완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에서는 이른바 ‘적절한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는데 무슨 뜻인가.

“과도한 조치는 북한 인민들만 더 고통을 받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과 충돌한 적이 없으며 이번 제재로 북한 인민의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제재 범위를 무기 분야에 한정하고 일반 공산품의 수출입은 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 제재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미국이나 일본의 강경 대응을 억제해야 하며 이 사태가 주변국의 무기 경쟁이나 충돌의 선례가 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제재로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제가 확산될 경우 러시아는 반대할 것이다. 북한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제재 방식도 피할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제재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러시아는 북한의 핵실험을 ‘위험한 게임’이라고 보고 있다.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을 깰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북한에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 무엇인지는 보여 줄 것이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