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군납해온 대표 간식…인터넷 통해 시중판매 인기▼
“군대 다녀오신 분만 알 듯…. ‘맛스타’란 불멸의 상표를….”
군인공제회의 유일한 식품제조회사인 제일식품사업소 홈페이지에 떠 있는 한 누리꾼의 글이다.
군에 갔다 온 사람들을 향수에 젖게 만드는 추억의 먹을거리들이 있다. 맛스타 주스, 건빵, 전투식량 등이 그것.
이 중 제일식품이 만드는 맛스타 주스캔(사진)은 장병들이 구보를 하거나 축구 경기가 끝난 뒤 칼칼한 목을 축여 주는 대표적인 군납 음료. 1986년 처음으로 병영에 등장한 이래 올해로 20년째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오렌지 사과 포도 복숭아 등 4종으로 된 맛스타 주스캔은 현재 병사들의 후식용으로 병사 1인당 2, 3일에 1개씩 보급된다. 그동안 군납 제품이라는 제한 때문에 시중에는 판매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군 시절 추억의 맛을 찾는 30, 40대 예비역들이 맛스타를 다시 찾으면서 군인공제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별 주문이 늘고 있다. 특히 100% 천연 과즙음료로 만들어져 품질을 믿을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캔 하나에 300원이라는 싼 가격도 인기를 끌게 했다. 지난해 인터넷으로 판매된 맛스타 주스만 해도 1억2000여만 원어치에 이를 정도.
시중에 맛스타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군에 있는 사람들에게 구입 방법을 묻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군 간부들은 추석 설 등 명절이나 각종 행사 때 주변에 주스와 잼, 참기름 등을 모아 놓은 맛스타 선물세트를 선물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모 대기업에서는 해마다 명절 때 직원 사은품으로 맛스타 종합 선물세트를 주문할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황유성 국방전문기자 yshwang@donga.com
“17일 03시 현재 북한 중서부 지역 항적 없음.”
경기 가평군의 화악산 공군 레이더 관제(管制)부대. 레이더를 들여다보던 박상필 병장이 야간 당직사관인 권혁민 소대장(중위)에게 이같이 보고한다.
북한 핵실험 이후 전군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졌지만 특히 화악산 관제부대는 남다른 긴장 속에서 하루를 지낸다. 적기 침투나 미사일 발사 등 북한 도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선에서 이를 가장 먼저 파악해 아군에 전파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
공군 관제부대는 흔히 ‘사이트’로 불린다. 이 중 화악산 사이트는 해발 1468m로 육해공군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부대다. 그만큼 적의 공중 동향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
화악산 사이트는 북한 핵실험 직후 모든 부대 장비의 24시간 가동에 들어가는 한편 병장, 상병 등 선임 사병을 주로 야간 당직 근무로 돌렸다. 지휘관과 참모들의 외출 외박도 금지됐다. 불시의 야간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부대에 비치된 소형 방사능 탐지장비도 가동에 들어갔다. TV의 4분의 1 정도 크기의 방사능 탐지장비는 낙진 등 공중에 포함된 방사능 물질을 탐지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실험규모가 워낙 약해 아직 효과는 보지 못한 상태다.
화악산 사이트 부대장인 이호석(중령) 대대장은 “항공기 침투나 미사일 발사는 상대에게 시간 여유를 주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관제부대는 그만큼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는 화악산 사이트를 포함해 약 20개의 공군 관제부대가 있다. 정확한 수와 위치는 군사기밀이다.
관제부대에 근무하는 장병들은 ‘도봉산’ 주특기로 통한다. 서울 북부의 산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도봉산 주특기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정식 용어가 아니라 사이트 장병들만 쓰는 은어(隱語)이기 때문이다. 정식 용어는 관제 주특기.
관제 주특기는 적기의 항적(航跡) 추적과 감시뿐만 아니라 기상청이 파악하기 힘든 국지적인 기상정보까지 파악해 우리 공군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레이더 사이트가 외딴 섬이나 험악한 산꼭대기에 있는 만큼 부대 장병들의 생활도 지상 근무자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지대가 높다 보니 평지와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이 필요하다.
화악산 사이트 사병들은 “우리 부대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금기 사항이 있다”고 소개한다. 첫째, 족구를 할 때는 공을 너무 세게 차지 말 것. 넘치는 젊은 힘으로 공을 세게 찼다가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지면 영영 찾기 어렵기 때문.
셋째, 번개가 치면 불을 끄고 쥐 죽은 듯이 내무반에 엎드려 있을 것. 하늘과 가깝기 때문에 그만큼 벼락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서란다.
“레이더 사이트는 여름이 없는 곳”이라는 말도 있다. 10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5월 초순까지 계속되고 한여름에도 평지보다 기온이 10도가량 낮아 야전상의를 입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
이 대대장은 “사이트 근무는 보급품 수령의 어려움과 물 부족 등 힘든 점이 적지 않지만 하늘과 가장 가까운 부대로 일선에서 우리 군의 눈 역할을 수행한다는 데 모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신세대 사병에 대한 걱정이 없지 않았는데 북한 핵실험 후 이들이 자신의 임무를 워낙 진지하게 수행하는 모습을 보고 안도했다”고 덧붙였다.
황유성 국방전문기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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