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공석인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장관급)에 김병준(52·사진)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사실상 내정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 전 부총리가 정책기획위원장에 유력한 상태”라며 “이르면 내일 인사추천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공식 임명할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송하중 전 위원장은 8월 말 사의를 표명했다.
노 대통령의 ‘정책 스승’으로 불리는 김 전 부총리는 논문 표절 의혹에 휩쓸려 8월 초 교육부총리 직에서 물러난 뒤 두 달여 만에 다시 대통령 곁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자문교수단을 이끈 김 전 부총리는 정부 출범 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2003년 4월∼2004년 6월)과 대통령정책실장(2004년 6월∼2006년 5월)을 역임했다. ‘3·1절 골프파문’으로 물러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후임을 놓고 한명숙 총리와 경합하기도 하는 등 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부총리는 정책실장 재직 시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헌법처럼 바꾸기 힘든 정책을 만들겠다”, “세금폭탄은 아직 멀었다”는 등의 발언을 해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됐다.
이런 점 때문에 교육부총리 임명 당시부터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김병준 불가론’이 터져 나왔다. 끝내 노 대통령이 김병준 교육부총리 임명을 강행하자 당-청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그를 다시 가까이 두기로 한 것은 임기 말 정책 추진의 일관성을 고려한 포석으로 보인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최측근 인사를 통해 정책 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전 부총리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을 감안할 때 위축된 정책기획위원회의 위상이 강화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 기용을 놓고 전형적인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인재풀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노 대통령이 ‘오기’로 김 전 부총리를 재기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 낙마한 김 전 부총리를 다시 정책과 관련된 요직에 임명하려는 대통령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면서 “부적절한 인사로 이미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 이어 온 나라 정책을 망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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