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개막식 축사를 통해 "경제 제재는 큰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북한은 경제적 제재하의 가난에 익숙해져 있고 외세의 간섭에 대한 반발로 국민을 결속시켜 경제적 궁핍을 극복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부시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해왔고 그 결과는 미국의 큰 실패를 가져왔다"고 지적한 뒤 "북한은 미국과 주고받는 협상이 이뤄지면 한반도비핵화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만큼 (북한에) 한번 기회를 줘봐야 한다"며 북·미 대화를 또 다시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기회를 줬는데도 북한이 배신하면 그때는 6자회담 참가국 등 세계 각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제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축사를 마친 뒤 행사에 참석한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과 별도 면담을 갖고 북핵 사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소로스 회장은 "미국내에서도 딕 체니 부통령 등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대화 무용론자들이 있고, 국무부내의 합리주의자들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면서 "점차 대화 카드가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한 참석자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19일 오후 열리는 서울대 초청강연을 통해서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등 미국측의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부정적 언급과 관련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 이명박 전 서울시장, 고건 전 총리 등 대권주자들을 비롯해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민주당 한화갑 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첨예해지고 있는 대권 경쟁과 북핵사태 등을 둘러싼 살얼음판 정국을 반영하듯 이들은 서로 악수조차 나누지 않은 채 DJ의 축사를 경청하고 난 뒤 뿔뿔이 퇴장했다.
다만 정 전 의장은 김 전 대통령과 소로스 회장과의 환담에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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