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들은 18일 정확한 날짜를 밝히지 않고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첫 조직으로 기록된 '타도제국주의동맹(ㅌ·ㄷ)' 결성 80주년(17일)을 맞아 인민군 협주단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지도가 아니라 공연관람이라는 형식으로 나타났지만, 그동안 북한이 외부세계와 대립을 겪을 때마다 김 위원장이 장기 잠행을 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핵 실험이라는 마지막 빅 카드를 던진 마당에 과거처럼 숨어있는 것이 오히려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이번 사태의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분석될 수 있다.
북한은 전날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을 강력히 비난하며 '해당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핵 실험 이후 첫 일정을 인민군 공연관람으로 시작한 것은 대내외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민군 공훈합창단과 협주단은 선군정치의 일선에 선 선전단체들이다. 김 위원장도 이들을 "선군혁명의 나팔수"로 지칭하면서 "가장 어려운 순간에 이들의 공연을 보면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하던 1996년부터 99년까지 4년간 무려 30여 차례나 인민군 공훈합창단 공연을 관람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이번 인민군 공연 관람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기존의 선군정치 노선을 가지고 맞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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