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은 달러 유입창구 ‘개성’은 자본주의 학습장

  • 입력 2006년 10월 19일 02시 55분


줄지은 관광 행렬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밝히는 등 북한 핵실험 후 금강산 사업의 지속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8일 금강산 관광을 마친 여행객들이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오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줄지은 관광 행렬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밝히는 등 북한 핵실험 후 금강산 사업의 지속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8일 금강산 관광을 마친 여행객들이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오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8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 미국은 한국정부가 금강산 관광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하느냐를 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문을 성실히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를 판단할 태세다. 미국이 강하게 압박하자 정부는 금강산 관광이 안보리 결의와는 무관하다는 기존의 태도를 바꿔 금강산 관광의 운용방식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민간사업 성격이 강한 탓에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왜 문제 삼나=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7일 “개성공단 사업은 북한 개혁 측면에서 이해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자본주의에 대한 학습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의미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체제 변환(regime transformation)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은 북한사회와 철저히 차단된 ‘모기장’ 속에서 단순 관광만 하고 있어 북한이 목말라하는 ‘달러’ 유입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다.

지금까지 북한에 건네진 돈을 보면 금강산 관광은 관광 대가로 4억5000여만 달러(약 4500억여 원), 정부 차원의 남북협력기금 265억5000만 원이 건네졌다. 지금도 매년 관광 대가로 1300만∼1500만 달러 정도를 지급한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경우 2002년 이후 토지 개발비와 근로자 임금 등으로 2089만 달러가 유입되는 데 그쳤다.

지난해 9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때 묶였던 금액이 2400만 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으로서는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한에 흘러들어가는 현금을 차단하지 않고는 대북제재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BDA은행의 북한 계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금강산 관광이 관련됐다는 단서를 포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분리 대응?=이에 따라 정부도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을 분리해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방한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을 통해 미국의 압력이 더욱 구체화될 경우 ‘개성공단은 지속, 금강산은 일시 중단’하는 선에서 매듭을 지을 수도 있다는 것.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의 경우 군사시설 지역 내에 있어 평화의 상징이라는 효과는 물론 수천 명의 북한 종업원들에게 ‘자본주의의 맛’을 들이는 효과가 있다”며 “한 달에 봉급으로 지불되는 돈이 70만 달러(약 7억 원) 정도여서 그렇게 큰 돈도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직접 지불의 문제를 해결할 경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설득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 하지만 금강산 관광은 북한에 돈을 준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개방 효과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금강산 관광 끊을 수 있나=분리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정부지만 사업자인 현대아산의 반발은 물론이고 포용정책의 상징성 때문에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을 중단할 경우 북한이 남북관계를 일방적으로 단절한 책임을 남측에 돌리며 강력히 비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현 단계에서 검토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겨울 비수기에 통일교육 차원에서 학생이나 이산가족 등을 대상으로 납북협력기금에서 집행되던 금강산 관광 보조금의 폐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제스처’ 만으로 대북제재 움직임에 동참을 바라는 미국을 만족시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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