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낙하산 인사들, 대북사업 무분별 추진”

  • 입력 2006년 10월 19일 02시 55분


압록강변의 北 여군들북한 여군들이 18일 신의주 압록강변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의 전면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한중일 3국 순방에 나섰다. 신의주=로이터 연합뉴스
압록강변의 北 여군들
북한 여군들이 18일 신의주 압록강변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의 전면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한중일 3국 순방에 나섰다. 신의주=로이터 연합뉴스
일부 공기업들이 대북사업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어 문제라며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통일부 내부 문건이 작성됐던 사실이 밝혀졌다.

통일부는 이 문건에서 일부 공기업과 해당 공기업 임원들의 이러한 행태가 대북사업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탈출구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18일 이런 내용이 담긴 통일부의 비공개 문건인 ‘공사의 대북사업 가이드라인 수립 시행 검토’ 보고서를 공개했다.

○ 협의와 예산 없이 무리한 사업 추진

통일부 교류협력총괄과가 2월 작성한 이 보고서는 “최근 일부 공사들이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대북사업을 추진하거나 자체 사업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해 줄 것을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게 통일부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또 “일부 공사들이 대북사업으로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홍보사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일부 공사들의 이러한 무리한 대북사업 추진은 부정적인 국민 여론 형성의 불씨가 될 수 있으며 정부의 대북 정책 수립 및 추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 공사와 정부를 하나로 보기 때문에 공사의 무분별한 대북사업 추진을 정부의 무원칙한 대북사업 추진으로 보고 비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

공사들의 이런 행태는 북한에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기대나 잘못된 메시지를 줄 우려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정치적으로 임명된 일부 공사 임원들이 대북사업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무리한 대북사업 추진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미 사업 목적을 이룬 일부 공사들이 무리하게 새로운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를 조직 생존 차원의 ‘탈출구’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 대북사업 가이드라인 제시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사들이 실천 가능한 대북사업을 정부와 사전 협의해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업을 발표하는 행위 등을 막아야 한다는 것. 해당 공사의 업무 영역을 벗어나는 사업 추진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개별 사업에 대한 책임은 공사 스스로 지도록 하고 남북협력기금은 자체 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사가 임의적이거나 독자적으로 북한과 접촉하는 것을 막고 북한과 협의한 뒤에는 반드시 정부에 사후 보고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래 추진하던 사업에 대한 협의를 벗어나 북한 측 사업자와 새로운 사업 등에 대해 사전 협의를 하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에 각 공사의 실정에 맞게 별도의 지침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기획예산처, 해당 공사의 주무부처 등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뒤 가이드라인에 강제력을 부여하도록 제안했다. 특히 대북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공사 사장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일부는 △농산물 계약재배사업(농수산물유통공사) △콩 증산기술 협력사업(농협중앙회) △화차 제작 임가공사업(한국철도공사) △개성 백두산 등 북한 관광(한국관광공사) △개성지역 연탄공장 설립(대한석탄공사) △정기 컨테이너 항로 개설 및 카페리호 운항(인천항만공사) △남북 평화메달 및 기념주화 제작 판매(한국조폐공사) 등 올해 예정된 주요 대북사업에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올해 공기업의 주요 대북경협사업 계획
공기업사업 계획소속 부처
농수산물유통공사-농산물 계약재배 사업-반입 반출 농산물관리센터 설치 운영농림부
농협중앙회-콩 증산기술 협력사업-축산개발 생산설비 및 기술 지원농림부
한국철도공사-화차 제작 임가공사업-남북 간 열차 제작기술 표준화건설교통부
한국관광공사-북한관광 종합계획 수립-개성 및 백두산 관광문화관광부
대한광업진흥공사-북한 광산 투자환경 조사-민간 북한 광산 개발지원 기반 마련산업자원부
대한석탄공사-개성지역 연탄공장 설립-북한 석탄광 공동 개발산업자원부
인천항만공사-정기 컨테이너 항로 개설 및 카페리호 운항-갑문 운영 관련 기술 지원해양수산부
한국조폐공사-남북 평화메달 등 제작 판매-화폐용지 및 특수잉크 공급 검토재정경제부
자료: 통일부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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