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 “정부, 日가상적국 표기도 요구”

  • 입력 2006년 10월 19일 02시 55분


지난해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때 한국 측이 미국에 ‘핵우산 제공’ 삭제뿐 아니라 일본을 ‘가상 적국’으로 표현할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고 정몽준(무소속) 의원이 17일(현지 시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워싱턴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주장했다.

그러나 이태식 주미대사는 “SCM에서 그런 문제가 제기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정 의원은 18일 오전 본보와 가진 회견에서 그 같은 정보의 출처 및 신뢰도에 대해 “지난주 뉴욕을 거쳐 15일 워싱턴에 왔으며 행정부 등의 고위 관계자들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인사들은 일본에 대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은 핵우산 삭제 얘기와 더불어 ‘똑같이 놀라운 것(equally stunning)’이라고 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기자가 “한미 SCM의 성격, 미일동맹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그런 요구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겠느냐”고 다시 묻자 “‘핵우산 제공’ 삭제 요구도 정상적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또 “한국 국민의 입장에선 감정이 편치 않지만 일본은 10년 전 주변 사태법을 만들어 한반도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 임무를 맡도록 되어 있다”며 “미국은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 기지를 이용하겠다는 건데 한국 정부 인사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한국에서 미국 책임론에 제기되는 데 대해 “북한이 핵을 개발하겠다고 하는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훨씬 이전부터 계속돼 온 것인데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도 정부 부처 간에 의견이 다른데 한국이 한쪽하고는 의견이 가깝지만 다른 한쪽과는 의견이 다를 경우 의사 표시를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는 충고가 많았다”고 미국 의회와 행정부 내의 분위기를 전했다.

정 의원은 “미국 관리들은 한국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면 (동참을) 설득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SCM 본회의에서 그런 논의가 있었다는 것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전 의견 조율 단계에서 ‘한미 군사동맹은 북한의 위협뿐 아니라 미래에 상정 가능한 동북아의 다양한 안보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일본을 거론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CM 공동성명은 회담에서 양측이 개진한 의견을 모은 항목들을 담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37차 SCM의 공동성명은 13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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